일본은 세계에서 부채율 높은 나라로 유명하다. 일본 정부 채무비율은 6월 말 기준으로 GDP의 224%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계선 60%를 4배 정도 웃돌고 있다. 물론 채무 규모로 보면 미국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경제 노선이 비슷한 독일과 비교하면 일본의 채무 구조가 분명해진다. GDP는 독일보다 1억 달러 많은데 채무는 9조 달러 많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채무의 뿌리는 양적 완화 정책이다. 1990년대 거품 붕괴에 이어 아시아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사경에 몰아넣은 게 2001년 IT 거품 붕괴다. 일본 정부에서 경기 부양을 본격화한 시점이다. 중앙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동시에 금리를 인하했다. 채무가 늘고 있는 정부의 이자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기준금리는 급기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은행은 정부의 최대 채권자다.
중앙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가장 많이 투입한 곳은 저출산·노령화 대책이다. 노동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투입한 재정 부담이 위기의 시작인 셈이다. 일본은 전형적인 노령화 국가다. 청소년 인구 비중은 1947년 35%에서 2015년 12%로 떨어진 대신 60세 이상 인구는 2016년 33.7%로 늘었다. 저출산·노령화는 재정 부담의 최대 적이다. 이로 인한 사회보험지출은 15년간 50%나 늘었다. 국민 조세부담률을 보면 1970년대 GDP 대비 24%에서 2018년 43%로 늘어난 상태다.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지출이 재정예산 지출의 33.7%일 정도다.
재정 투자를 늘려도 거품과 정부 채무만 키우는 꼴이다. 저금리·저물가·저성장 3저와 고복지·고통화·고채무의 악순환 고리다. 국가 부도를 면하는 이유는 국채의 95%를 중앙은행과 기업·가계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외부 리스크는 없다. 새삼 일본 현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