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는 3분기 중 4.9%나 성장했다. 연준이 금리를 5%p나 가파르게 올린 것과 정반대 결과다. 경제학자 대부분이 1년 전에 예상한 경기침체 전망도 무색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해도 미 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착륙했던 2006년 당시와도 매우 흡사하다.
통화정책 효과는 느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2006년 당시 연준은 길고 완만하게 금리를 올렸다. 이게 사람들에게 부동산 상승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착각을 준 요인이다. 부채를 끌어다 부동산을 사는가 하면 자본이득으로 소비지출도 늘렸다. 당시 2분기와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 1% 이하였다. 부채가 없었다면 바로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택담보대출이 당시 연착륙을 이끈 셈이다.
이번에도 고금리 상황인데도 침체를 피한 이유는 대규모 재정지출 때문이다. 방금 끝난 올 회계연도 기준 미국 재정적자는 2조200억 달러다. 지난해 재정적자 9960억 달러의 2배 이상이다. 재정적자는 미 재무부에서 국채를 대량 발행한 결과다. 재정적자는 부를 이동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게 고용과 가계의 소비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경제 부진을 겪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대조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지다. 부동산 대출에 의한 성장은 결국 서브프라임 위기로 막을 내렸다. 재정적자에 의한 성장도 마찬가지다. 미 국채금리 급상승으로 담보대출 금리가 8%로 올라갔다. 연준은 고금리를 지속하기로 한 상태다. 고금리 상황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불가능하다. 10월 시작된 학자금 대출 상환은 소비에 타격을 주고 있다. 대출잔액은 1조5700억 달러다. 4분기 성장률을 1.8%p 하락시킬 요인이다. 1.4% 연간 성장목표도 힘든 우리와는 천양지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