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게임사 직원이 본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의 직군은 기사와 보도에 민감한 PR이나 사업이 아닌, 일선 개발진과 함께하는 게임 기획이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올 9월 14일 네오위즈 관련 소식을 꼽을 수 있다. 14일은 출시를 앞둔 패키지 게임 'P의 거짓'의 미디어 리뷰 엠바고(보도 제한)가 풀리는 날이었고, 개장 직전 P의 거짓은 미국 리뷰 통계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82점(100점 만점 기준), 오픈 크리틱에선 83점의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P의 거짓의 평점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픈 크리틱 기준 비슷한 점수를 받은 게임 중에는 출시 초반 3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흥행한 '스플래툰 3',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등 수작들이 즐비했다. 개중에는 '역대 최고의 해리포터 게임'이란 호평과 함께 평점 84점, 판매량 1500만대의 기록을 세운 '호그와트 레거시'도 있었다.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게임 출시 전에 매수가 몰리고 출시 직후 매도가 몰려 가격이 이에 따라 오르내리는 것은 게임주의 기본 속성"이라며 "평점과 실제 판매량 사이 상관관계도 뚜렷하지 않거니와, P의 거짓에 실제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데 '기대 이하'라는 것은 성급하게 결론 내린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P의 거짓은 출시 직전 공개한 데모버전이 국내외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고, 실제 출시 후에도 1달 만에 100만장의 판매량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북미 스튜디오에서 게임 기반 영화화를 제안하는 등 무형적 브랜드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 달 전 '기대 이하'라고 보도했던 이들 중 이를 정정한 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내로라 하는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상장사인 만큼, 투자자들이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자 자율이다. 때로는 회사의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판단될 때 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하고, 이것이 기업의 방향성이나 전략을 수정하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다만 투자자들의 매도가 꼭 '회사의 방향성이 잘못돼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주가 동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 기자나 애널리스트들의 '잘못된 분석'은 기업도, 직원도, 고객도, 투자자조차도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가와 관련해 부정적 소식 외에도 긍정적 소식 또한 불안하다는 업계인도 있었다. 그는 "내가 다니는 기업의 주가가 이유 있게 오면 모를까, 이유가 없거나 있어도 너무 과도하게 오르면 오히려 몸을 사리게 된다"며 "이유 없는 오름은 곧 그보다 더욱 심각한 추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인들 사이에 '필수 교양'으로 받아들여지는 역사적 사건 중에는 1980년대 초반 일어난 '아타리 쇼크'가 있다. 게임 시장 흥행에 과도한 사업자들이 몰리고 저질 게임이 양산, 이것이 게임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진 사건을 일컫는다.
미국 게임 시장 규모를 2년만에 30억달러(당시 기준 2조5500억원)에서 1억달러(750억원)대로 폭락시켰던 아타리 쇼크의 원인으로는 시장의 미성숙함, 아타리 등 주요 업체들의 경영 정책 급변 외에도 '매체와 증권가의 과장된 긍정적 분석과 이로 인한 시장 거품'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이머들, 나아가 업계인들 사이에서도 '진짜 좋은 게임사가 되고 싶으면 증권 시장에 상장하지 마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스마일게이트와 해외의 호요버스, 에픽게임즈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의 대표작 '로스트아크', '원신'이나 게임 개발 툴 '언리얼 엔진'은 상장이 필요 없을 정도의 캐시카우면서도 동시에 게이머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분석가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게임 산업 이해도를 갖춰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을 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글 하나가 기업, 나아가 산업 전체에 '나비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