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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잘나가는 미국 경제, 우울한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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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잘나가는 미국 경제, 우울한 미국인

윤 대통령, 물가 못 잡으면 바이든과 같은 위기 직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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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한두 차례 금리를 동결한 후 인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곧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11차례에 걸쳐 금리를 525bps 올렸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잘나간다는 얘기다.

미국은 올해 3분기에 강력한 소비 증가에 힘입어 4.9%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실업률은 3.8%로 완전 고용에 가깝다. 미국 경제는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나 홀로’ 질주한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은 경제 문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 이는 소비자 신뢰도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콘퍼런스보드(CB)에 따르면 10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102.6으로 집계됐다. 로써 이 지수는 지난 7월부터 석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구매력 저하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더 오르면 구매력이 떨어진다. 다렌 그랜트 샘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명목임금이 아니라 실질임금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지난해에 2년 전과 비교할 때 3%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간 1800달러(약 240만원)가량 실소득이 줄어든 것과 같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에 뛰어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울고 싶은 심정이다.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가 지표상으로 보면 장밋빛이지만, 유권자들이 그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7% 안팎이다.
현재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1% 안팎의 근소한 차로 밀리고 있다. 더욱이 승패를 좌우할 주요 경합 주에서 트럼프에게 뒤지고, 그 핵심 이유로 그의 경제 정책이 꼽힌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블룸버그의 요청으로 7개 경합 주 유권자 502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개 주요 경합 주 중에서 바이든 대통령네바다주 한 곳에서만 트럼프에 앞섰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미시간주에서는 비슷한 지지를 받았고, 나머지 5개 주에서는 트럼프가 앞섰다.

이번 조사에서 바이든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5%에 그쳐 트럼프 경제 정책 지지율 49%에 크게 뒤졌다. 바이드노믹스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9%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고, 지지율은 26%에 그쳤다.

결국 바이든은 물가를 잡지 못하면 차기 대선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물가는 바이든이 아니라 파월 의장 소관이다. 바이든의 운명은 트럼프가 임명했던 파월에게 달려 있다.

고전하는 바이든은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올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6개월째 작년 대비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8월 기준 374만2000원으로, 작년 8월 당시의 370만2000원 대비 1.1% 올랐다. 그러나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7%로, 물가가 임금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가를 반영한 1∼8월 실질임금(353만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줄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타운홀 미팅에서 "정부 경제팀이 최우선으로 물가 안정화에 아주 거의 올인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올인한 결과를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없으면 윤 대통령은 바이든처럼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