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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AIPAC의 비밀" 미국이 항상 이스라엘 편을 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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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AIPAC의 비밀" 미국이 항상 이스라엘 편을 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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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참극이 이어지고 있다. 이-팔 전쟁에서 미국은 유독 이스라엘 편을 든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로 날아가 네타냐후의 보복전을 성원하기도 했다. 이번뿐이 아니다. 중동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국은 이유 여하를 따지지 않고 불문곡직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해왔다.

미국은 왜 이스라엘을 무조건 도울까. 중동의 대형 산유국들에 비견한다면 이스라엘은 경제적 가치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 가장 실용적이라는 미국이 큰 이익을 마다하고 작은 이스라엘에 목을 매는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다. 혹자는 미국에 유대인이 많이 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의 수는 600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그중 혼혈을 뺀 순종 유대인은 절반가량이다. 3억 명이 넘는 미국 인구에 비하면 그저 조족지혈일 뿐이다. 미국의 흑인 인구는 4000만 명을 넘었다.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인구수만 보고 아프리카를 돕는다는 소리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종교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전형적인 기독교 국가다. 기독교라는 말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국말로 음역한 것이다. 기독교는 한마디로 예수교란 뜻이다. 유대인들은 그 예수를 믿지 않는다. 예수를 가짜 유대 왕이라고 비웃으면서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오늘날 이스라엘을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 유대인들도 예수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유대인을 미국 지도자들이 신앙적 차원에서 도와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인종으로도 더더욱 해석이 안 된다. 미국 사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앵글로·색슨족은 게르만족의 한 지파다. 게르만족이 가장 싫어한 민족이 유대인이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유대인 대학살극을 벌인 히틀러 역시 독일계 게르만족이다. 영국도 2차 대전 전까지는 유대인 ‘게토’라는 집단수용소를 만들어 특별 관리해왔다. 그런데도 오늘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란 말만 나와도 깜빡 죽는다. 아니 이스라엘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지도 모른다.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목을 매는 비밀은 엉뚱하게도 아이팩(AIPAC)에 있다. 아이팩은 미국에서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대인 로비단체다. 미국에서 로비 활동은 합법이다.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은 사회적 이익집단들이 입법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로비 활동은 헌법상 청원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1946년에 와서는 '연방 로비 활동 규제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을 제정했다. 로비스트로 등록하면 의회 의원이나 행정부 등 정책 결정권자를 직접 만나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다. 사회 여론이나 다른 이익집단을 움직여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연합 전선을 형성하거나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움직여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도록 하는 일종의 풀뿌리 민주주의인 셈이다. 정치 후원금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도 로비 법에 의해 보장된다.

오늘날 미국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로비스트와 로비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센 곳이 바로 AIPAC이다. AIPAC은 영어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의 약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미국 이스라엘 공공 문제 위원회다. AIPAC은 그 정관에서 설립 목적을 "미국의 정책 방향을 친이스라엘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스라엘에 유리한 정책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AIPAC을 방문한 적이 있다. 취재차 AIPAC이 주관하는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내로라하는 미국의 실세들이 다 모여 있었다. 미국의 현직 국회의원만도 상하 양원을 통틀어 200여 명 이상이 참석하고 있었다. 미국 연방의회는 상원 100명, 하원 435명으로 구성돼 있다. AIPAC의 한 세미나에 참가한 의원 수가 미국 의회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을 훌쩍 넘었다. 민간단체의 행사에 현직 정치인들이 이렇게 많이 참석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대통령과 부통령도 모습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음 날 현직 의원들의 참석 장면을 1면에 크게 보도했다.

AIPAC은 이스라엘의 국가 이익을 위해 결성된 특수 조직이다. AIPAC 사무실 복도는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이스라엘의 국익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거나 무료로 이스라엘에 불이익을 준 연방 의원들의 사진을 진열해 놓고 있다. 반대의 정도에 따라 빨간 줄이 더 많이 쳐져 있다. 선거 때가 되면 반(反)이스라엘 정치인들은 AIPAC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 우선 모든 유대인에게 편지를 보내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이들의 비리를 조사해 언론 등에 폭로하거나 검찰에 고발한다.

더 무서운 것은 AIPAC의 자금 살포다. 친이스라엘 후보에게 돈을 대주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반이스라엘 정치인을 떨어뜨리기 위해 전국의 AIPAC이 나서 그 후보의 상대방에게 무한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의 수많은 현직 의원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AIPAC 모임에 나타나는 것은 유대인 조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평소에 이스라엘 또는 유대인을 지지하는 표결에 앞장서야 선거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대인 지원은 받지 않더라도 최소한 유대인의 눈 밖에 나지는 말아야 한다. 유대 단체에 한 번 적으로 찍히면 정치생명은 그야말로 끝장이다. 돈으로 무장한 유대인의 조직적 로비가 이스라엘의 생명줄인 셈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