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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韓 보수-美 진보 정권 조합이 최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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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韓 보수-美 진보 정권 조합이 최상인 이유

트럼프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 태평양 먼바다에 먹구름 조성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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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얼핏 보면 두 정상 간 접점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과 양국 관계의 역사를 보면 한국의 보수당 정권과 미국의 민주당 정권 간 조합이 최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북한, 최대 교역 대상국인 중국을 의식해 늘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한·미 관계를 끌고 갈 수 없었다. 한국이 북한과 군사적 충돌을 각오하면서 무한 대결을 할 수는 없다. 북한과 대화하려면 중국의 도움이 긴요하다. 또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핵심 이슈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의 손을 덥석 잡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다 보니 미국 조야(朝野)에는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의구심이 항상 남아있었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 외교관은 기자에게 “일본은 미국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은 지난 70년 동안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대중 포위 전선을 구축하는 데 한국은 항상 약한 고리로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윤-바이든 대통령은 이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동북아 안보 질서를 재편했다.

한국은 지정학적·경제적·역사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교 노선을 택하다 보니 미국 조야는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늘 긴장한다. 한국이 미국의 국익을 뛰어넘어 친중 또는 친북 노선을 취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냈다. 미국의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본질적으로 이런 한국관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이 진보 정부고, 미국이 보수 정부면 이는 최악의 조합이다. 미국의 보수 정부는 한국의 진보 정부가 친중 정부 색깔을 드러내면서 한미 동맹 관계를 약화시켜 미국의 국익을 침해할 것으로 우려한다. 김대중(DJ)-조지 W. 부시, 노무현-부시, 문재인-도널드 트럼프 시대에는 늘 한·미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한·미 양국이 각각 보수-보수, 진보-진보 조합이면 진보-보수 조합일 때보다는 나았지만, 보수-진보 조합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버락 오바마, 박근혜-오바마 절은 김대중-부시, 노무현-부시 재임 당시보다 훨씬 순탄했다.

한국의 진보 정부와 미국의 보수 정부가 갈등을 겪게 되는 핵심 요인으로는 한국 진보 정권의 대북 유화책이 꼽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에 미국의 부시 정부가 강력 제동을 걸었고,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었다. 문재인-트럼프 시절에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압박함으로써 한미 동맹의 토대가 흔들렸다.

김대중·노무현은 모두 부시의 공식 회담에서 엇박자를 냈다. 2001년 3월 7일 DJ-부시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는 DJ의 발언을 중간에서 자르기도 했고, DJ를 ‘이 양반(this man)이라고 지칭해 굴욕을 안겼다. DJ-부시 회담보다 더 심각한 외교 참사는 2005년 11월 17일 경주에서 개최한 노무현-부시 회담이다. 이 회담 참석자에 따르면 두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놓고 언쟁을 벌였고, 급기야 부시가 그럼 내가 전쟁광이라는 말이냐?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이제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다시 한번 백악관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 계속 밀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트럼프를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한·미 외교사를 되돌아보거나 트럼프의 국수주의 노선을 볼 때 태평양 먼바다에 먹구름이 조성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