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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미국은 '탄핵·특검'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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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미국은 '탄핵·특검' 어떻게 하나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은 정쟁 대상에서 제외, 탄핵은 소신파·중도파 의원들이 중심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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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에서 탄핵과 특검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남 헌터 바이든을 대상으로 한 특검의 수사가 한창이다. 바이든 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헌터 바이든을 수사해온 델라웨어주 연방 검사장 데이비드 웨이스를 특별 검사로 임명했다. 헌터는 탈세, 불법 무기 소지 혐의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때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돼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려 있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 동생인 제임스 바이든과 함께 중국의 에너지 회사인 CEFC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돈을 받는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파헤치도록 한국계인 로버트 허 전 메릴랜드주 연방 검찰청 검사장을 특검으로 임명했다.

공화당하원 감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세입위원회 등 3개의 상임위를 동원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했다. 헌터가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재임 기간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일하면서 아버지의 영향력을 활용해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헌터의 탈세 관련 기소를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P통신 바이든 일가의 해외 사업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이나 이전 공직에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이뤄진 멕시코 국경 봉쇄를 해제했다는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을 ‘탄핵 대상 1호’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미 하원에서 그에 대한 탄핵안을 전체 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한 동의안이 찬성 209표, 반대 201표로 가결됐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8명이 민주당 진영에 가세해 탄핵 추진을 막았다.

미 하원 법사위는 헌터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수사 검사인 웨슬리 울프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공화당은 울프 검사가 바이든 일가의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을 돕고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한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던 이정섭 당시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이른바 '쌍 특검법'(대장동·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도 밀어붙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야당이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탄핵과 특검이다. 현재 한·미 양국에서 벌어지는 양상을 보면 겉이 비슷하지만, 속은 다르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미 법무부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야당의 특검 요구를 뭉개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혹이 있으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통령을 비롯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한국이 특검을 할지 말지 사생결단 싸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다음으로는, 미 의회가 공직자 탄핵을 결정할 때 의원들이 당론에 구애받지 않는다. 정쟁이 극에 달해도 소신파·중도파 의원들이 중심을 잡고 있다.

한·미 양국에서 탄핵과 특검 카드를 남발하면 그만큼 여야 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정치의 실종과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탄핵과 특검이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