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은 물가 안정이다. 우리나라 한국은행 법도 그 법 1조에서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조절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은 금리다. 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통화량이 줄어들게 된다. 통화량이 감소하면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에 따라 물가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춘다. 디플레가 심하면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거나 양적 완화에 나설 수도 있다. 물가 상황에 따라 금리정책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물가란 가격의 움직임이다. 문제는 그 가격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별 상품의 가격은 그 가격표를 보면 된다. 물가는 개별 가격을 종합한 것이다. 여러 가지 상품들의 가격을 한데 묶어 이들의 종합적인 움직임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물가다. 개별 상품이 가지고 있는 값을 가격이라고 할 때 이러한 개별 가격을 모아 총평균해 얻은 수치가 바로 물가다. 물가는 개별 상품 가격과 달리 종합적·평균적 개념이다. 개별 상품 가격과 구별하기 위해 통상 물가 수준이라고 부른다.
이 물가지수는 우리가 실제 피부로 느끼는 물가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마다 지출 품목의 가중치가 다른 만큼 그 가중치 차이에 따라 괴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거나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바뀌면 기존의 물가지수가 실제의 물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물가는 다수 상품의 개별적 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전체 상품을 평균한 개념적 표현이다. 그러다 보니 물가의 개념 정의나 통계 작성 방법에 따라 그 조사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경제학에서는 물가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CPI 즉 소비자물가지수를 채택하고 있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다. 일상 소비생활에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의 변동을 측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에서 매월 작성해 공표한다. 통계청은 현재 전국 37개 도시에서 481개의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을 대상으로 소비자구입가격을 조사해 CPI를 작성, 발표한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는 이 CPI를 토대로 금리를 결정한다.
그러나 미국 연준 FOMC는 이 CPI보다 PCE라는 물가지수를 더 중요시한다. PCE는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개인소비지출이다. 개인소비지출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물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PCE지수는 상무부에서 조사한다.
미국 CPI는 미 노동통계국에서 조사해 매월 10~14일쯤 발표하고 있다. CPI는 도시 소비자가 지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조사한다. 대상 품목은 그전의 실제 소비자 지출 비중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변경한다. 반면 PCE는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에서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발표한다.
CPI와 PCE의 가장 큰 차이는 품목별 가중치다. CPI는 과거 도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그 비중에 따라 품목별 가중치를 정한다. 반면 PCE는 과거 패턴과 상관없이 새로 지출한 금액의 실제 사용 가중치를 반영한다. 예를 들면 쌀값이 올라 소비자들이 쌀 대신 가격이 떨어진 보리로 모두 소비를 전환했다고 할 때 CPI는 기존 가중치대로 쌀값을 물가지수에 반영하는 반면 PCE는 쌀값을 가격에 아예 반영하지 않는다. 품목별 가격 급변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량 변화를 PCE는 가중치에 바로 반영한다. 연준이 CPI보다 PCE를 더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CE는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순간 대응까지 물가지수에 반영한다. 그만큼 실제 물가에 더 가까울 수 있다.
CPI와 PCE의 둘째 차이는 조사의 기준이다. CPI는 '소비자'가 지출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반면 PCE는 '개인'을 위해 지출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가 '개인(자기 자신)'을 위해 지출하므로 거의 유사한 개념이지만 차이도 있다. 예를 들면 병원 진료 후 진료비가 100이어서 '환자(소비자)'는 10을 지불하고, 의료보험공단에서 90을 지불한 경우다. 소비자물가지수인 CPI는 소비자가 지출한 10의 증감을 대상으로 한다. 개인소비지출인 PCE는 개인을 위해 지출된 비용 100을 대상으로 물가를 측정한다. 만약 보험의 보장비율이 변경돼 10:90이 20:80이 됐다면 CPI는 2배로 오르지만 PCE는 변동이 없다. 진료비가 2배로 올라 200이 됐으나 의료보험공단에서 190을 감당하기로 했다면 CPI는 변동이 없는 반면 PCE는 2배로 오른다.
PCE지수는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을 매번 조사해야 하는 관계로 CPI보다 훨씬 늦게 발표된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조사의 번거로움과 시차 때문에 아예 PCE물가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준 FOMC의 금리정책이 한국은행보다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