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정부와 의회, 기업인이 혼연일체로 유치전을 벌인 결과치곤 초라하기 그지없다. 119대29라는 표 차이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구상을 부산이 막판에 뒤집기에는 어려운 목표였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다.
다만 기업인들이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유치 활동과 함께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은 경제 영토를 넓힌 귀중한 성과다.
비전 2030 전략의 일환으로 엑스포를 유치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사우디의 비전 2030은 석유를 팔아 먹고살던 기존의 경제를 투자 주도형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국가 프로그램이다.
홍해 히자즈 지역에 거대한 리조트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석유산업을 대체하려면 기술과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제조업보다 관광업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는 네옴시티는 스마트 신도시 프로젝트다. 1조 달러를 투입해 경상도 면적만 한 인공 도시를 만드는 대규모 공사다.
중동 붐을 일으켰던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이나 스마트물류 도심 항공 모빌리티 기술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그리스의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맺고 더 라인의 철도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계획의 설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다. 두바이를 모델로 사우디를 개조하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아람코의 IPO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람코는 시가총액 세계 최고 기업이다.
최근의 국제 정세도 사우디 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우디에 대한 서방의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가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서방의 우려도 크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도 사우디를 이슬람권 중심국가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 요소다. 사우디는 리야드 엑스포와 월드컵을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도 사우디처럼 비전을 만들어 개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