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반제품·완제품이 모두 재고 자산이다. 재고를 쌓아두면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손실도 줄일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재고를 크게 늘려 왔다.
10년 만의 최고치다. 공급망 정상화 이후 재고를 줄이는 추세지만 중국 경제 침체 여파로 재고 소진 속도는 더디다.
SK하이닉스의 재고액은 110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보다 142%나 늘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GM과 독일 바스프도 비슷하다.
재고 회전 일수도 문제다. 재고를 일일 판매 비용으로 나누면 재고가 며칠간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재고 회전 일수가 나온다. 3분기는 이게 87.2일이다. 2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팬데믹 정점인 2020년 2분기의 91.6일을 제외하면 10년 사이 최고다.
분야별로는 전자장비 제조업이 112일로 가장 길다. 재고 금액은 애플 폰 제조사인 폭스콘이 239억 달러로 가장 많다. 팬데믹 전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주요 기업의 현금 수지도 악화일로다. 데이터를 공개한 4076개 기업의 지난해 순익은 9459억 달러다. 팬데믹 전보다 42% 늘었다. 하지만 현금흐름만 보면 1조3752억 달러로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고가 현금흐름을 줄인 결과다.
문제는 재고 소진을 단기간에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기 부양 효과도 불투명하고 미국 소비도 줄고 있다. 재고 누적발 다국적 기업의 경영난 장기화 후폭풍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