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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그린워싱’ 아닌지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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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그린워싱’ 아닌지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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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린란드 빙하의 녹는 속도가 지난 20년간 5배 빨라졌다. 코펜하겐대학 연구진이 빙하를 찍은 위성 사진과 20만 장의 과거 사진 등을 통해 지난 130년간 양상을 분석한 결과 20년 전 1년에 평균 5∼6m씩 녹았던 빙하들이 최근에는 1년 평균 25m씩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 대륙 빙하의 규모가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 높이를 최소 6m까지 높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상기후에 따른 영향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장 먼 이웃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12월 역대 최고기온 현상이 나타나며 호우특보가 내려지는 등 이례적인 기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기후의 원인은 모두가 알다시피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재앙’이라고 불릴 만한 피해를 겪지 않다 보니 체감 수준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후 위기가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도 저마다 탄소중립을 외치며 대응 마련에 분주하지만, 정작 실상을 따져보면 이전과 크게 달라진 바 없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금융과 관련한 대출·채권·주식 자산은 작년 6월 말 기준 11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 관련 자산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금융 자산이 61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민간 금융기관도 39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업권별로는 손해보험이 9조7000억원, 생명보험 15조원, 은행 13조9000억원, 증권사 1조3000억원 등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ESG 활동은 환경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만 내세우는 사실상 ‘그린워싱’에 가깝다. 현재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금융회사 중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갖고 있거나 계획을 세운 곳은 거의 없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동참하지 않은 채 언론을 통해 친환경 기업만을 강조하는 실정이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과정에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돈이 우선인 기업 특성상, 눈앞의 수익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후 위기에 따른 ESG는 시대적 흐름이다. 금융회사들은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영역의 대체 자산군을 발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구는 인류와 기업이 없어도 잘 살아왔다. 반면 지구가 없으면 우리 모두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기후 위기 극복에 누구보다 앞장서길 바란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