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보험산업은 유례없는 저성장 국면에 봉착해 있다. 내년에도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보험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해보험의 경우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 성장률은 8.2%지만 내년에는 4.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도 업계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생보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고 저성장, 고물가 기조의 지속으로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보험을 찾는 수요도 급감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경영 악화에 부딪히자 이를 타개할 대안으로 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생보사들이 요양사업이나 상조업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면면의 이면에는 여전히 ‘소비자’들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험업은 특히 다른 사업들에 비해 소비자의 신뢰도가 낮다는 편견이 크지만 개선되기 보다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올해에도 소비자들을 울리는 영업 행태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는 단기납종신보험 불완전판매다. 단기납종신보험은 새 회계제도 하에서 주요 미래수익성 지표인 CSM을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점으로 인해 생보사의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보험사들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높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설계사들의 판매 경쟁을 부추겼다. 문제는 이 때문에 단기납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하는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렸다는 점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변액보험 불완전판매 또한 보험업계의 고질병 중에 하나다.
또 올해는 손보사들 중심으로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린 한해이기도 했다. 어린이보험,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독감보험 등 다양한 상품에서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실적 마케팅이 쏟아져 나왔다.
보험사들은 중요 경영지표를 발표하거나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보험의 성장은 소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올 한해를 돌아봤을 때 보험사들이 표현하는 만큼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물음표가 따른다. 한 영업현장의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매년마다 소비자 신뢰 제고를 목표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 또한 보험산업이 앞으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고 더 많은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험업계도 이를 교훈삼아 새해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