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스타크래프트'의 테란-프로토스-저그 종족처럼 이동통신 시장은 수십 년간 SKT-KT-LG유플러스의 3강 체제가 공고하게 유지돼 왔다. 이에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 사업자'라 불리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마저도 이동통신(MNO) 3사의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 이통 3사의 업계 장악력만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제4 이동통신은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 제4 이동통신사를 신청한 곳 중 규모가 가장 큰 세종텔레콤을 살펴보자.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간담회에서 "IT 경쟁력을 갖고 28㎓ 대역에 앞장서서 기술 개발을 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B2B와 B2G(정부사업)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B2C보다는 야구장, 항만, 국방시설, 공연장 등 B2B와 B2G에 치중한 사업을 중심으로 통신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3사의 자금력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과기정통부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세 회사는 경매 방식으로 주파수를 할당받게 된다. 정부는 최저 경매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인 742억원으로, 기지국 구축 의무 대수도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파격적으로 낮췄지만 유일한 상장사인 세종텔레콤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414억원, 5억원에 불과하며 다른 두 곳도 컨소시엄 형태여서 자본력이 크지 않다.
결국 제4 이동통신사에 도전하는 곳 모두 자본력이 크지 않고, 설령 서비스를 개시하더라도 B2B·B2G에 치중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여 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초에 제4 이동통신사를 위해 회수한 28㎓대역 자체가 속도는 빠르지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 통과 시 손실이 커 B2C용 통신망에 적합하지 않고, 거대 자본 없이는 이를 활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솔직해지자. 제4 이동통신사가 '가계통신비 인하'에 효과적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이통 3사를 직접 압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알뜰폰 사업자의 진입을 더 열어 가격인하 경쟁이 더욱 가열차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제4 이동통신사가 B2C에도 투자를 늘리고 보다 합리적인 통신요금제를 내놓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