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역사에서 아이오와주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미국 민주당이 첫 코커스를 1972년 1월에 열면서부터다. 공화당도 1976년 아이오와에서 같은 날 코커스를 개최했다. 민주당의 경우 1972년 이후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한 10명 중 7명이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1976년 경선에서는 무명의 지미 카터가 아이오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8년에는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기고 그해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바 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이들 유권자 집단의 이탈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틴계 유권자들은 특히 물가에 민감하다. 저소득 근로자들이 많은 만큼 오르는 물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때 돈을 많이 풀어 인플레를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원성이 히스패닉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외면한 유권자가 곧장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모두 이동하지는 않았다. 제3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양당 구도 속에서 바이든의 핵심 지지층이 바이든 아닌 제3후보로 이동한다는 것은 트럼프에게 큰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
대항해 시대로 인해 에스파냐 왕국이 팽창하면서 에스파냐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에스파냐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건너왔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라틴아메리카계의 미국 주민 또는 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계 미국인과 푸에르토리코인을 가리키는 사람들이 오늘날 미국 히스패닉의 시조다. 이후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정치 정세의 불안이나 빈곤 등으로 인해 자기 나라를 빠져나와 미국에 밀입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히스패닉은 크게 늘어났다.
오늘날 히스패닉이란 용어는 주로 미국에 거주하는 라틴아메리카 출신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인구조사국 정의에 따르면 히스패닉(Hispanic)이라는 용어는 미국 내에서 스페인어를 자신의 모국어로 말하는 모든 민족을 일컫는다. 백인과 흑인이 뒤섞여 있으며, 대개 가톨릭을 믿고 있다. 낙태를 살인으로 여겨 반대하는 로마 가톨릭의 교의를 따르기에 피임과 낙태를 지양하는 만큼 출산율이 높다. 미국 제1의 인구는 백인이며 그다음이 히스패닉이다. 히스패닉은 흑인보다 인구가 더 많다. 미국 선거에서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히스패닉은 출신 국가는 다르지만 언어(스페인어)와 종교를 공유하고 있다. 흑인 못지않은 응집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을 배출했다.
이들 히스패닉은 대부분 미국인이 꺼리는 3D 업종의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히스패닉은 미국 문화에 완전히 동화한 흑인과 달리, 자신들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그대로 간직하며 생활하고 있다. 백인과 흑인은 개인 중심이지만 히스패닉은 가족이 중심이다. 이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엑토르 바레토 중소기업청장 그리고 LA시장을 지냈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등이 히스패닉이다. 미국에서 히스패닉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히스패닉에 대한 의존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히스패닉(Hispanic)이 없으면 패닉(panic·공황)이라는 말도 있다.
히스패닉은 이제 미국의 대통령도 좌지우지할 엄청난 세력으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교와 안보 그리고 통상 등에서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익이 갈릴 수도 있다. 세계 최강의 미국 대통령을 뽑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히스패닉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절실한 이유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