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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튜브에 무릎 꿇은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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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튜브에 무릎 꿇은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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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요즘 영상이 대세다. 한때 속칭 ‘기레기’들의 왕성한 번식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으로, 독자들은 온라인 기사(글)에 대한 흥미를 잃은 지 오래다. 그리고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한 것이 바로 영상 콘텐츠다.

최근 유튜브 조회수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월급쟁이 아닌, 직접 전문 영상 콘텐츠 회사를 차려 운영하는 이들도 다수다. 조회수 하나하나에 생계가 걸렸으니 당연하다. 실제로 광고로 먹고사는 매체 하나 운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만히 보니, 잘나가는 크리에이터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 확실히 전달력은 글이 미치지 못하는 레벨에 올라 있다. 거기에는 그만큼의 노력과 투자가 들어갔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은 자신의 재능을 살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만,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운발이 잘 먹힌 경우도 있다. 저녁 미팅, 한잔 꺾고 살짝 미쳐주면 술상의 주인공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상에 등장해 구수한(?) 욕지거리부터 음담패설 등, 자극적인 걸 골고루 잘 섞어주면 조회수는 고공 행진이다. 콘텐츠(내용)가 뭐든 상관없다. 출연자의 인상에 그리고 매력적인 몸매에 현혹돼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바늘이 보여도 무는 미끼다. 여기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끄는 댓글 부대도 큰 몫을 한다. 이들 영상은 보는 이들도 그렇지만,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에서 조회수를 앗아간 만큼 좋은 콘텐츠로 보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애들이 보는 영상은 정말 뭣도 없다. 슬라임을 조물락거리며 혼자 30분 동안 떠들어 대는데도 조회수는 몇백만을 넘나든다. 떠드는 내용도 교육적이지 않다. 이런 게 바로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불멍'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우리는 이성이 앞선 인간이 아니었던가! 사냥도 나가야 한다. 좀 더 좋은 콘텐츠를 골라 보는 시선이 생겼으면 한다. 그게 ‘다시’ 글이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나도 진심 반성한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