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는 인종, 성별, 성적 취향, 장애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대학 입학, 기업의 고용 기준 등으로 DEI 가치가 널리 확산했다. 미국에서 진보 진영은 이것을 비(非)백인의 계층 이동 사다리로 본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DEI가 미국의 전통 가치인 ‘능력주의’를 훼손하고, 백인 남성의 역차별을 초래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ESG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간 100개 이상 출시되던 ESG 기업 투자 펀드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55개 출시됐던 ESG 펀드가 하반기에는 단 6개 출시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명문대 입학이 어려워졌다. 하버드대는 게이 전 총장 사임 후폭풍에 휘말려 DEI 가치를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ESG와 DEI의 퇴조로 미국 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문화 전쟁’에서 보수 세력이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보수 진영은 ESG가 자본주의 개념에서 벗어난 것이고, 진보 세력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공의 가치’일 뿐이라고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DEI도 보수 진영이 내세운 백인 역차별 프레임에 휘말려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풍은 ESG와 DEI 퇴조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백인 중심의 보수 세력 결집으로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면 올해 미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 퇴보와 글로벌 리더십 상실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