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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재개발·재건축, 경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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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재개발·재건축, 경쟁이 필요하다

최성필 산업2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성필 산업2국장
'다른 건설사가 공을 들인 곳에는 무리하게 뛰어들지 말자.'

전국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건설사들의 '출혈 경쟁'이 사라졌다.
지난 2022년 말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을 마지막으로 대규모 수주 경쟁 대신 수의계약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등포구 노량진 1구역과 성동구 응봉1 재건축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도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이렇듯 건설사의 ‘옥석 가리기’에 서울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사업지들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재개발·재건축 경쟁 입찰을 피하게 된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원자잿값 급등 등 부정적 요인이 늘어나서다. 이에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따져 선별적으로 사업 수주에 나서며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 말에만 해도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혈전을 펼쳤다. 하지만 몇 개월 사이 분위기가 바뀌며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도 건설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준강남으로 불리는 과천시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은 삼성물산의 단독 입찰로 유찰됐고, 동작구 노량진1구역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1곳도 없어 올해 초로 시공사 선정 일정이 연기됐다.

신정동 1200 일대에 아파트 1660가구 및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신정4구역 재건축 사업도 경쟁사가 없어 두 차례 현장설명회에 모두 참석한 대우건설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1215가구 규모 신당8구역 역시 수의계약을 통해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서울 압구정·용산·여의도 등에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대어들이 줄지어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 경쟁 바람이 다시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의 전통 부촌이자 재건축 최대어로 손꼽히는 압구정 아파트 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벌써부터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쟁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공능력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 시공권을 손에 넣기 위한 사전 홍보 활동에도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외에도 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 등의 수주전 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원)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보통 경쟁 입찰에 비해 수의계약은 사업시행자보다는 시공자가 유리한 지위에 있다고 정비업계에서는 보고 있어서다.

경쟁 입찰의 경우 건설사들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층수나 용적률 상향 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설치 등 사업시행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건설사의 이익은 최소화하면서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제안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이런 제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합에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건설사가 제시하는 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등 정비사업 주도권이 건설사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경쟁이 사라지면 유착·담합 등 일말의 공정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는 우려가 커진다.

올해 건설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건강한 수주 경쟁을 통해 사업시행자와 시공자가 모두 만족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현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