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51%의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아직 나머지 49개 주와 워싱턴DC 경선이 남았지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자리를 사실상 굳혔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미국 중부 아이오와와 서부 LA에서 일어난 이 두 사건이 묘하게 중첩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누가 조금만이라도 건들면 툭 터질 것 같은 오늘을 사는 미국 현대인의 분노가 두 사건 모두에 진하게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아이오와 코커스는 역대 가장 추운 날씨인 영하 20℃ 안팎의 혹한과 눈보라 속에 치러졌다. 이 엄혹한 날씨를 뚫고 투표장을 찾은 주민들은 ‘성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반드시 트럼프를 대선전에 내보내야겠다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의 선거 구호) 세력이 떼를 지어 투표장으로 향했다. 그 결과 트럼프는 51%의 득표율로 2위에 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2%)를 29.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AP 보트캐스트가 아이오와 경선 참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가 자신이 'MAGA' 지지자라고 밝혔다. 또 이들 응답자의 63%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정당하지 않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민주당 지지자였다가 이번에는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지지를 선언한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MAGA를 단순히 극성 세력이나 별종으로 치부하면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MAGA는 그동안 저학력·저소득 백인 남성이 주축이었다. 이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기에 고학력·부유층 등이 대거 가담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지금 잔뜩 화가 나 있다. 이들이 ‘성난 사람들’을 시청하고, 위로를 받은 뒤 유일한 배출구인 투표소를 찾고 있다. 선거는 한마디로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싸움이다. 한국에서도 ‘성난 사람들’이 4월 총선의 향방을 결정할 것임이 틀림없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