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책임(Responsibility)이라는 단어에 비해 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 책무라는 단어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책임이라는 단어에 비해 책무라는 단어는 왠지 훨씬 더 무겁고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출퇴근이 없는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일하고 있다. 구성원 개개인이 가장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업무 관리와 보고를 위한 내부 회의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자율적인 업무 문화를 보장한다면, 조직 구성원들도 그에 상응하는 교환 가치를 조직에 제공해야 한다. 기업 조직이라는 것은 근로계약서와 같은 문서로 명문화돼 있든, 아니면 조직 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가 돼 있든 일종의 사회적 계약을 체결하고 상호 간에 노동과 보상을 제공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걸 설명하는 이론이 사회교환이론(Social exchange theory)이다.
필자는 조직에서 자율적인 근태나 업무 문화를 제공하는 경우, 조직 구성원이 그에 상응해서 제공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책무성이라고 생각한다. 일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단지 업무를 위임받은 대리인의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통제하고 관리해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신의를 발휘해 과정과 결과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상호적인 계약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기업의 구성원으로 들어오면서 갈수록 근속 기간은 줄고 이직률은 높아지는 추세다. 기업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근속 기간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고, 자율성이 높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열정과 창의성을 가지고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을 보여주는 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조직은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구성원들은 책무성을 기반으로 몰입을 통해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호혜적인 조직을 꿈꾸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