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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기업인의 이미지 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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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기업인의 이미지 메이킹



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의사이자 혁명가로, 금수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민중을 위한 투쟁에 바쳤고, 1967년 39세의 나이로 미국 주도하의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처형됐다. 그의 요절은 사후 전 세계적으로 ‘체 게바라 열풍’을 일으켰고, 오늘날까지도 그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그의 인기는 실로 놀랍다. 사후에 미국과 유럽의 신좌파는 그를 성자로 추앙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를 예수와 동급으로 여기며 우상화하는 경향도 보였다. 우리나라의 386 운동권 세대 역시 그의 신격화에 깊이 빠져, 많은 이들이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나는 1999년부터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해 2006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 캠프의 사이버팀장으로 활동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2013년부터는 온라인평판관리 회사를 운영하며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퍼스널 브랜딩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의 주된 업무는 고객에게 스토리를 만들어 유명해지게 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주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이를 이미지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내 직업 덕분에 유명인들을 볼 때 그들이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의 손을 거쳤는지 즉시 알 수 있다. 체 게바라 신화 역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닌, 철저히 계획된 이미지다. 그는 항상 전문 사진사를 곁에 두고, 메시징 전문가와 함께했다. 특히 그의 사후 이미지는 미국의 자본가들에 의해 철저히 미화되고 조작됐다. 그의 과거 대부분은 조작되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됐다.

그의 인기의 가장 큰 원천은 ‘잘생김’이다. 그가 뛰어난 외모와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니지 않았다면, 그는 평범한 전투원에 불과했을 것이다. 특히 그가 쿠바 혁명정부에서 각료로서 보인 무능은 한심할 정도였다. 그는 단지 남을 비판하고 싸움만 잘하는 게릴라에 불과했다.

사실, ‘잘생김’을 이용해 선거에 활용하거나 혁명을 도모하는 것은 좌파 진보의 전매특허다. 보수 우파는 대체로 무미건조하고 화려함이 없다. 빌 게이츠처럼 근엄하고 점잖은 꼰대 이미지가 대다수 보수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현대는 이미지가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잘생기고 매력적인 정치인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잘생기고 매너가 좋으며, 매력적인 정치인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한민국 보수 정당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를 처음 주목한 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긷갤)’의 평범한 여성들(한동훈줌)이었다. 여성들에게 한동훈 위원장은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남주) 같았다. 정치 성향이 전혀 없는 여성들이 한동훈 위원장의 큰 키, 작은 얼굴, 하얀 피부, 늘씬한 몸매, 부드러운 손 등의 외모에 푹 빠졌다.

백마를 탄 왕자의 스토리는 한동훈 위원장의 예의, 태도, 매너, 패션, 공감 능력, 언어의 마법사, 초엘리트, 강남8학군, 소년 급제, 조선제일검, 핍박과 역경, 최연소 법무부 장관 등으로 이어진다. 드라마에서 남주 설정으로 한동훈 위원장을 하면 너무 비현실적이라 외면받을 정도의 초현실적 캐릭터다.

오죽하면 개딸(개혁의딸)들은 한동훈 위원장의 외모를 폄훼하는 데 거의 목숨을 걸 정도다. 키높이 구두, ‘한가발’ 등의 억지 주장을 넘어 말도 안 되는 허위 사실로 댓글을 도배하는 걸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탈모에 관심이 많은 내가 직접 만난 한 위원장은 유달리 머리숱이 많고, 173센티미터인 나보다 키가 훨씬 크다.

한동훈 위원장은 한국판 체 게바라다. 그리고 그가 진짜 무서운 건 그의 이미지가 100% 진짜라는 사실이다. 그 어떤 홍보 전문가나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나의 전문적인 식견이다. 역사상 이런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초현실적인 캐릭터이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처럼 완벽한 상품은 본 적이 없다.

여심을 사로잡은 한동훈 위원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선거의 왕자’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 확실하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