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업계 덮친 중국산 덤핑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8% 하락했다. 4개월 연속 내림세다. 시장 예상치는 0.5%를 웃돈다. 하락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셈이다. 장래의 물가를 반영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보다 2.5%나 떨어졌다. 16개월 연속 하락이다. 공장의 출고 가격마저 하락하는 총체적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소비 위축이 생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디플레이션의 기저엔 부동산 침체가 있다. 자산 가격 하락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게 다시 기업 경기와 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 구조다. 디플레이션 탈출구로 삼은 곳은 해외 시장이다. 소비가 급감한 자국 시장 대신 해외 시장에 덤핑 수출을 하면서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해외에 수출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세계 무역을 지배한 게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다. 이른바 저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생산한 상품으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결과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위안화 환율도 약세다. 중국산 수출상품 가격도 가파르게 내려가는 중이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의 경우 독일에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 가격을 차종별로 5%에서 15%씩 내렸다. 중국의 전기차 덤핑 수출에 대해 독일 벤츠사마저 경고음을 냈을 정도다.
중국의 3대 모바일 플랫폼인 ‘알리’ ‘테무’ ‘쉬인’은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해외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상이다. 테무 사용자는 지난달 기준 571만 명으로 진출 직후인 지난해 8월 이후 10배 넘게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지난달 717만 명으로 같은 기간 30% 증가했다. 당일배송 무료반품에 국내 유통망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가 덤핑 상품을 선호하면 국내 제조업 기반도 함께 무너진다. 유통을 지켜야 제조업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