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9일, 티빙·웨이브·왓챠·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 사업자 5곳과 회의를 했다. 과기정통부는 "OTT 업계 전반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말했지만 앞서 티빙·웨이브·왓챠 등 토종 OTT 플랫폼을 대상으로 '무료 OTT 이용권' 지급을 요청한 데 이은 자리이기에 OTT 업계들로서는 정부와의 만남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일부는 사실상 구독료를 인하하기를 바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물론, 취지에는 공감하고 또 OTT 구독료가 낮아지면 소비자로서 반길 만한 일이다. 갈수록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다 OTT 또한 요금이 너 나 할 것 없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9900원)를 하위 등급인 스탠더드로 낮추고 월 1만3900원짜리 프리미엄 요금제를 신설했다. 최대 4인이 동시 접속하던 가구라면 40% 인상되는 셈이다. 넷플릭스도 월 9500원 베이식 멤버십 신규 가입을 없애 사실상 상위 요금제인 스탠더드(월 1만3500원) 가입을 강제했다.
여기에 유튜브도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을 기존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올렸고, 국내 OTT인 티빙도 모든 요금을 20%씩 인상해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월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랐다. 하나만 보면 좋겠지만 각자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고 있고, 또 제공하는 콘텐츠 종류도 제각각이어서 2~3개의 OTT를 구독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처럼 한꺼번에 요금이 오르니 아무리 직장인이라 해도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결국 국가가 나서 OTT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주 수입원을 일부 포기하라는 협박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법으로는 전기료·냉난방비·교통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이런 잡음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OTT 업체만을 겨냥한 이 같은 요구사항은 국내 OTT 시장을 죽이고 넷플릭스 천하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어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거에도 정부는 국내 포털을, 국내 앱 생태계를 숱하게 규제해왔다. 그리고 그 규제의 틈은 외산 기업의 서비스와 플랫폼으로 채워졌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도 좋지만 국내 기업의 목구멍을 옥죄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