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대한석유협회는 '정유 업계, 지난해 세계 70개 국가에 석유제품 수출 대(對)중국 수출 감소를 수출국 다변화로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수출국 수가 2년 연속 늘어났고 중국 수출 감소를 수출국 다변화로 대응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대(對)중국 수출의 빈자리를 호주 등 다른 국가가 채웠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자면 탈(脫)중국, 소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었다. 정유 업계뿐 아니라 이차전지·반도체 등 다른 주요 산업에서도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 곳, 석유화학은 아직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석유화학 제품 가운데 50%가 수출되고, 이 가운데 절반이 중국에 수출된다.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며 합성수지·합성고무 등을 만드는 데 기초 원료인 에틸렌의 중국 수출 비중은 80~90%에 이른다.
그래서 이들의 수요가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단편적으로 지난해 우리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도 중국 수요가 부진하며 제품 판매가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수출한 석유화학 제품을 중국이 재가공해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구조인데,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이 높아지자 이런 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은 상당 수준 올라왔다. 2000년 초반 50%를 밑돌았던 자급률은 현재 90%까지 치솟았다. 1년 뒤에는 이 숫자가 100%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는 수출 다변화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더 중국에 의존해선 안 되고, 중국만 바라봐서도 안 된다. 정유 업계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호주로 바뀐 것을 곱씹어야 한다. 새로운 수출국을 발굴하고 수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업계와 정부의 실질적인 협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