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삼각형은 사랑의 3요소(친밀감·열정·헌신)를 토대로 1가지, 2가지, 3가지 요소만 있을 때 각각 어떤 관계 양상을 띠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인간이 ‘관계’라는 걸 맺는 근원이 비슷한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일이나 회사 역시 우리가 관계를 맺는 대상으로 볼 때 이 삼각형을 활용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연애’만큼이나 직장 생활을 대유해서 표현하기 좋은 게 또 있을까?
일을 사랑의 대상으로 의인화해 보자면, 내가 느끼는 나의 일은 내게 많은 관심을 요한다. 늘 일이 먼저 나에게 다가온다. 어필도 굉장히 많이 한다. 나의 일은 때때로 철딱서니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초콜릿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서서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다. 그러면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로 주방을 하나하나 다 치운다. 나는 일에게 “이럴 거면 하지 말지”, “제발 부탁이니까 다시는 그러지 마”, “내가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초콜릿도 분명 맛이 없을 것이다. 내가 일에게 화를 내면, 일은 한참 삐쳐버릴 것이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보다 풀어주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일이 내게 감동을 주는 순간도 많은데, 이렇게 떠올리고 보니 내게는 일이 육아의 대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일과 꽤 친밀하다. 그러나 ‘어휴 이 저지레’라는 나의 속마음이 조금 더 일을 온전한 존재로 존중하게 될 때 더 큰 친밀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일에게 헌신한다. 일은 내가 없이 홀로 있을 수가 없기에. 그렇다면 일은 내게 헌신하는가? 일과 내가 동등한 헌신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도 일정 부분 내게 헌신하고 있다고 느낀다. 오히려 더 큰 열정을 가지는 것은 나보다 일인 경우가 많다. 나의 일은 많은 경우, 대단히 신이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이라는 것과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나는 과한 열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은한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일이 어떤 상대이냐에 따라, 또 각 요소에 대한 ‘정도’에 따라 성숙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조금은 다른 모양의 삼각형이 그려지기도 할 것 같다. 내 경우는, 헌신 쪽으로 길어진 삼각형이 완성될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의 입장에서는 나를 상대로 정삼각형의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일은 언제나 일을 할 상대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성숙한 사랑을 하기란 쉽지 않다. 내 경우는 열정만 있는 관계에서 일방적인 사랑이다. 동반자적 사랑에서 일방적인 사랑을 오가다 최근에야 안정적인 성숙한 사랑에 머물게 된 듯하다. 나는 낭만적 사랑만 있는, 친밀감만 있는, 헌신만 있는 관계는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 일과의 이러한 관계는 어떤 경험일지 궁금하다.
성숙함을 종용할 필요는 없다. 친밀감·열정·헌신의 3요소가 모두 결합된 것이 성숙한 사랑이라면, 일과 성숙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본인의 역량이 따라준다는 가정하에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이며,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역량을 계발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관계일 것이다. 일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 재미가 있고, 번아웃의 위험이 적으며, 일과 내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상태일 것이다. 일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경험과 성장을 할 수 있고, 그 성취가 일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각각의 관계마다 주는 이점과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으리라. 당신의 일은 어떤 존재인가?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일에게 당신은 어떤 존재인가? 당신은 일과 어떤 관계이고자 하는가? 올 한 해도 일과 아름다운 사랑을 하시기를 바란다.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