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업무 현장에서 말 또는 글에 담기는 내용은 정보 시스템이나 지식관리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온 DIKW(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해 내고, 이 정보들을 연결해 지식을 구축한다. 더 나아가 구축된 지식을 바탕으로 성찰과 회고를 통해 통찰과 지혜를 얻는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무엇인가를 읽고 이해하는 데 이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SNS 등에서 보게 되는 많은 글들을 끝까지 제대로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때 중간중간 스킵을 하거나 빨리감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오죽했으면 쇼츠(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해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게 되는 경우에도 그 결과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정보와 지식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문해력과 관련해서 몇 년 전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무운을 빈다’, ‘사흘’, ‘심심한 사과’ 같은 표현들이 그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 사건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간 단어의 뜻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라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일하는 업무 현장에서는 용어의 뜻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더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요구한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 우리가 속한 조직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조직 구성원들이 문해력을 발휘하여 탁월한 성과를 내기 원한다. 그 과정에서 조직은 구성원들이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며, 조직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역량을 갖추기를 바란다.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이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든 사람이든 결국 IPO(Input-Process-Output) 모델의 절차를 따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이 인공지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 필자는 호기심과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역량,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은 지적인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개인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좀 더 탁월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다. 호기심과 공감을 통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을 때 단순히 문해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인재에게 필요한 진정한 업무 문해력이 아닐까?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