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래소 연맹(WFE)이 집계한 홍콩의 시가총액 순위는 8위로 인도에도 밀린 상태다.
홍콩 상장 지수 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콩판 국가안보법으로 불리는 이 조항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지로 빠져나간 결과다.
국가 기밀을 보호하고 외세의 간섭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조항은 대규모 반대 시위에 밀려 시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의 3월 양회 직후 이 조항이 홍콩 입법부 문턱을 넘은 것이다.
홍콩 기본법의 뿌리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덩샤오핑은 이 법을 공표하면서 두 가지를 양보했다. 행정원장과 입법 의원 선거를 보장하는 것과 홍콩의 혼란을 막기 위한 기본법 23조의 제정이다.
23조의 핵심은 홍콩에 반정부 단체를 만들어 외국과의 연계를 통해 중앙정부 전복을 막으려는 취지다. 이후 2003년 사스 당시 23조 입법에 나섰지만 50만 군중의 시위로 무산된다. 이게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범죄자 중국인도 반대 시위를 거쳐 2020년 6월 홍콩 안전법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동안 미뤄졌던 23조의 완성으로 홍콩은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을 처지다.
눈치 빠른 기업들이 중국 정부 규제의 그림자를 피해 홍콩을 떠난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과 사람이 떠난 홍콩 부동산은 연속 9개월 째 하락세다. 홍콩 정부 재정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한때 자유의 도시이자 세계 3대 금융 허브가 사라질 위기다. 100년 걸려 만든 홍콩을 5년 만에 망가뜨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