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0 총선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정권을 레임덕(lame duck)을 넘어 데드덕(dead duck)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데드덕은 절름발이 오리인 레임덕 단계를 지나 죽은 오리와 같은 심각한 권력 공백 상태를 뜻한다.
윤 대통령처럼 중간평가에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가 ‘마이티덕(mighty duck·강한 오리)’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대표적인 인물이 버락 오바마다. 오바마는 두 번의 임기 중 실시된 두 차례 중간선거에서 모두 참패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무려 63석을 잃어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지난 72년 사이에 집권당이 기록한 최대 참패다. 공화당은 242석 (55.6%)으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6석을 잃어 53석에 그쳤고, 공화당이 47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2년 뒤인 2014년 중간선거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188석(43%)을 얻는 데 그쳤고, 공화당은 247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됐다. 민주당은 상원에서도 무려 9석을 잃어 46석(46%)의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공화당은 상원 54석으로 다수당이 됐다.
두 번의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오바마는 각기 상반된 선택을 했다. 오바마는 2010년 집권 1기 중간선거 패배 직후에는 ‘몽둥이로 얻어맞았다(shellacking)’며 패배를 자인한 뒤 한껏 몸을 낮췄다. 그는 즉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민심을 반영해 공화당과 적극 협력하는 초당 정치를 했다. 세제 개혁 등 주요 국정 현안에 공화당의 주장을 적극 수용했다.
오바마는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과 수시로 면담했다. 오바마는 정치권 외곽의 범공화당 인사들에게도 손을 뻗어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집권 2기의 중간선거인 2014년 선거 참패 직후 오바마의 태도는 돌변했다. 선거 결과에 사과나 유감을 표시하지도 않았고, 측근을 그대로 중용했다. 그는 공화당을 애써 외면하면서 자신의 국정 어젠다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를 우회하려고 행정명령 수단을 총동원했다. 국내 정책 분야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 구제, 총기 규제 등을 관철했다.
오바마는 특히 의회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외교정책에 초점을 맞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이란 핵 협상 타결, 쿠바와 수교 등의 업적을 남겼다. 오바마는 8년 재임 기간을 마치기 직전에 국정 지지율을 50%대로 끌어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그런 오바마를 ‘마이티덕’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오바마 집권 1기처럼 야당과 상생의 길을 함께 갈지, 아니면 오바마 집권 2기처럼 ‘마이 웨이’ 노선을 걸을지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의 향후 행보와 선택에 따라 레임덕이나 데드덕이 될지, 아니면 마이티덕으로 우뚝 설지 판가름이 날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