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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분 없는 '중국발 트럭 시위'…게이머들조차 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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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분 없는 '중국발 트럭 시위'…게이머들조차 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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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원용 기자

2020년대 들어 '트럭 시위'가 게임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게이머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상징으로 전광판 트럭이 선택됐다. 이는 '게임 소비자의 권리'에 관한 담론 형성,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의무를 담은 게임법 개정안 시행 등 정책 변경의 동력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사들은 대체로 시위로 인해 곤욕을 치렀지만, 절치부심을 통해 '적절한 소통'으로 나아간 사례도 있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는 처음에는 시위 트럭을 마주했지만, 운영 정상화 이후 이용자들이 감사를 표하는 차원에서 응원용 커피 트럭을 보내는 훈훈한 결말을 맞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게임사는 물론 게이머들조차 당혹하게 만드는 '기습 트럭 시위'가 빈발했다. 넥슨과 시프트업, 심지어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까지 연이어 공격한 이 트럭들은 다름 아닌 중국 게이머들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의 이유도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T1을 향한 시위 트럭은 올해 LOL 챔피언스 코리아 결승전에서 T1이 준우승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T1은 올해 세트 스코어 2:3으로 석패를 떠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승패를 알 수 없게 하는 명승부를 선보였다. 자연히 팬들은 "한 끝 차이로 아깝게 졌는데 무슨 트럭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넥슨을 향한 트럭은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 현지 배급 파트너 요스타의 다른 게임 '작혼'과 컬래버레이션한 것을 두고 "캐릭터들의 순수성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선 "컬래버레이션은 다른 게임도 다 하는데 뭔 소리", "하다 못해 트럭을 보낼 거면 요스타에 보내라"는 등 비판적 반응이 쏟아졌다.

심지어 시프트업을 향한 트럭 시위의 경우, 중국에선 현지 정식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승리의 여신: 니케'에 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져 황당함을 더했다.

트럭 시위는 본질적으로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시위 자체보다도 여러 게이머들이 공감할 수 있고 게임사들도 납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할 수 없는 메시지, 불분명한 목적을 가진 시위는 그저 '민폐'일 뿐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