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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스태그플레이션과 필립스 곡선… PCE 물가 vs GDP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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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스태그플레이션과 필립스 곡선… PCE 물가 vs GDP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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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3.4%) 대비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의 1분기 전망치(2.4%)보다도 낮았다. 이는 2022년 2분기의 -0.6% 성장률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분기 경제 성장률 발표 이후 뉴욕증시는 크게 밀렸다.

성장률이 떨어진 가운데 물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3.4% 오른 것이다. 작년 4분기의 1.8%를 크게 상회했다. 2023년 1분기의 4.2% 증가 이후 가장 큰 상승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1분기에 3.7% 급등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3.4%보다 높았다. 연준이 물가 목표 달성을 판단할 때 준거로 삼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작년 3분기와 4분기에는 증가율이 각각 2.0%였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가 시장의 기대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금리 인하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성장률 둔화만 놓고 보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고금리가 물가를 낮추지 못하고 경제활동만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26일 밤 에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한다. 상무부가 앞서 발표한 1분기 PCE 가격지수를 고려하면 3월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거나 이미 발표한 1·2월 가격지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성장지표가 둔화하면 성장을 부추기기 위해 금융 당국이 금리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성장률만 낮게 나왔다면 최근 움츠러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뉴욕증시에서 오래 바라던 일인만큼 투자자들이 반길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물가까지 높게 나오면서 이런 기대는 하기 힘들게 됐다. 물가가 높으면 금융당국은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오히려 더 올려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의 지표와 관련해 잠을 설치는 밤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돌입했는지를 따지기는 아직 이르지만 성장률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던 이른바 '골디락스' 시대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학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마리 토끼가 바로 물가와 성장이다. 토끼는 누군가 자신들을 잡으러 들면 본능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난다. 생존을 위한 나름의 비법이다. 보통의 사냥꾼은 둘 중 하나는 포기하고 나머지 하나에 집중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튀는 두마리를 토끼를 다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가는 둘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마리 토끼는 PCE 물가와 성장이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는 경제학에서 모두 중요하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 중에서 한 마리라도 놓치면 경제는 무너진다. 물가와 성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토끼 처럼 상호 상충관계에 있다. 물가를 잡으면 성장이 무너지고 성장에 치중하면 물가가 흔들리는 속성이 있어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아 내야하는 것이 경제학의 숙명이다. 경제 정책의 성공 여부도 성장과 물가를 한꺼번에 잡아 내는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동시 사냥해야 하는 경제학적 근거는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곡선 이론이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서로 상충한다는 경제학의 오랜 가설이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서로 상충한다는 것이다. 미국읜 연준과 한국은행 등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로 이 필립스 곡선에 근거하여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립스 곡선에 따른 고용과 물가사이에 이상적 조합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연준과 한국은행 등 이른바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필립스 곡선이론은 뉴질랜드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필립스(A.W. Phillips)가 1958년에 처음 발표했다. 필립스 곡선이론의 핵심은 "임금변화율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필립스의 이론을 경제학자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솔로교수(Robert Solow)가 더 발전시켰다.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솔로교수(Robert Solow)는 1960년 세계적인 경제학술지인 'American Economic Review'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에서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 역의 관계가 실증적으로 성립함을 밝혔다.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솔로교수(Robert Solow)는 그 관계를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새무엘슨이 하버드대 총장과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의 외삼촌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필립스 곡선의 이론을 무력화시킨다. 물가나 오르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만큼 필립스 곡선 이론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