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표인 뉴욕 상품거래소의 금 선물 가격은 4월 중순 온스당 2400달러 선까지 돌파했다. 작년 말에 비하면 10% 이상 오른 시세다. 금값 상승은 고금리에도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물가상승률 외에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지정학적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금 가격을 상승시킨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이란-이스라엘 간 갈등 고조 국면이 꼽힌다.
중동 정세 불안은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특히 예상치를 웃도는 미국 소비자 지출 물가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비해 실물자산인 금을 선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신해 금 보유를 늘리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신흥국 중앙은행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이후 외화준비자산에 금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중국 중앙은행의 경우 3월 기준 외화준비자산 중 금 보유고는 17개월 연속 증가세다.
대신 미국 국채 보유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최근 미 장기 국채금리 상승과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배후로 중국을 지목하는 이유다.
물론 미국 등 주요국의 채무 증가로 인한 재정 악화도 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재정 악화는 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성과 지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은 오래 보유해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이자가 붙지 않는 게 금 투자의 최대 단점인 셈이다.
이전에 금 가격 상승기는 1970년대다. 세계 경제 위기로 각국 통화 가치가 불안했던 시기다. 한마디로 금은 위기를 먹고 산다는 점을 각인시켜 준 것이다. 투자자에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