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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오락가락 파월 진짜 속내… FOMC 기준금리 동결과 "중립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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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오락가락 파월 진짜 속내… FOMC 기준금리 동결과 "중립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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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논어의 선진(先進)편에 언급된 공자의 가르침이다.

과유불급의 원칙은 경제학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고용과 물가 그리고 성장률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서 과유불급의 균형이 무너지면 재앙이 닥친다. 오늘날 전 세계가 인플레의 함정에 빠져들게 된 것도 코로나 팬데믹 시절 너무 많은 돈을 한꺼번에 풀면서 과유불급의 원칙을 무너뜨린 데 큰 책임이 있다.
흔히 경제학을 일컬어 균형(equilibrium)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생산자가 동일 가격에서 정확히 소비자가 요구하는 수량을 생산하게끔 하는 시장 상황이다. 균형 상태의 시장은 생산 수량과 가격이 변화하지 않는다. 균형이란 수요·공급 등 여러 요인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초과 공급이나 초과 수요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적인 상태인 것이다. 경제정책의 목표는 균형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균형의 원리는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잘 드러난다. 어떤 가격에 따라 상품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이 줄어들어 수요가 늘어난다. 그러다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면 더는 변동할 요인이 없어져서 균형 잡힌 상태가 실현된다. 이것이 곧 균형 상태며, 이때의 가격이 균형가격, 이때의 수급량이 바로 균형 수급량이다. 따라서 수요공급의 법칙은 하나의 균형이론이라 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의 불일치 해소를 부분균형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를 많은 재화의 관계에까지 확대한 것을 일반균형이론이라고 한다. 경제 이론은 곧 균형이론이다. 마르크스의 확대재생산 이론이나 케인스의 소득결정 이론 역시 모두 균형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요즘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는 단연 금리다. 특히 미국 연준 FOMC의 기준금리가 가장 큰 관심사다. 기준금리는 경제의 균형을 만들어 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에도 그 목표는 균형에 맞춰져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도 마찬가지다.

금리정책에서 균형을 맞춰 나가려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에 최대한 맞도록 조정해줘야 한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는 물가상승률과 잠재성장률 그리고 정책금리와 실질금리 사이의 스프레드 등을 감안해 도출한다. 중립금리를 ‘자연금리(Natural Rate)’로 부르기도 한다. 즉 경제를 위축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금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 동원 가능한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중립금리의 개념은 스웨덴 경제학자인 크누트 빅셀(Knut Wicksell)이 1890년대 시장금리와 자연금리 프레임을 구분하면서 처음 제시했다. 중립금리 이상으로 실제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떨어지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중립금리 이하로 실제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를 이 중립금리에 맞추면 경제는 균형으로 돌아가고 부작용도 모두 사라진다.

문제는 이 중립금리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처방이 먹혀들지 않는 것은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중립금리가 상승하면서 장기적으로 3~4%대의 높은 기준금리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증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학자들은 미국의 중립금리 추정치를 꾸준히 하향 조정했지만 이제는 상승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연준의 중립금리 추정치는 2.5%다. 이는 기준금리가 2.5%보다 높아지면 경제를 누르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5%까지 올랐음에도 미국 경제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중립금리의 상승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준금리 5.5% 환경에서 중립금리가 2.5%일 경우 경제에는 3.0%포인트의 금리 부담이 가해진다. 만약 중립금리가 3%로 상승했다면 실제 경제가 받는 부담은 2.5%포인트에 그치게 된다. 뱅가드의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인 조 데이비스는 바로 이 점을 들어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수년간 장기금리 추정치를 2.5%로 계산했지만 지난달 전망을 3%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최근 3월 미국의 고용이 30만 개 넘게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중립금리가 연준의 추정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밝히고 있다.

재정 지출과 투자 수요 확대가 중립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팬데믹 이후 정부의 재정 지출이 늘고 그린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업 투자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발맞춰 전력과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도 늘었다. 투자가 늘면 기준금리가 예전과 같더라도 성장률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진다. 이를 누르려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게 되는 원리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미국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메리클은 “정상적인 수준의 기준금리가 2.5%는 아닐 것”이라며 “3~4% 언저리에 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약 4%일 것으로 보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실질 중립금리를 1.5%, 향후 몇 년간 예상 인플레이션을 2~2.5% 부근으로 평가했다. 명목 중립금리를 3.5~4% 수준으로 본 셈이다. 연준 위원들의 장기 연방기금금리 전망치(2.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의 말대로 중립금리 자체가 크게 올랐다면 현재 기준금리는 생각보다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 장기화 또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 연준 FOMC가 기준금리를 언제부터 내릴지 또 내린다면 그 최저점은 어디일지가 관심이다. 최근 물가와 고용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중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하는커녕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중립금리가 예전보다 높아져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 높아진 중립금리가 몰고 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