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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연금 개혁, 사적연금 ‘투 트랙’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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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연금 개혁, 사적연금 ‘투 트랙’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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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지난 1988년 1월 처음 시행한 이후 36년 만에 고갈이라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연금의 현행 보험료율 9%가 지속할 경우 오는 2055년 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13%로 인상해 고갈 시기를 2064년까지 9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금의 고갈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연금 고갈을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해 개혁을 추진했다.
현재 연금개혁 방안으로 다양한 대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보험료를 높여 공적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쉽게 말해 ‘더 걷긴 어려우니 낼 수 있는 사람이 더 내라’는 얘기인데, 고갈을 늦출 뿐이지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금까지 연금개혁을 시도한 나라는 많지만, 성공 사례로 꼽히는 나라 중 공적연금을 키운 나라는 없다. 연금개혁에 성공한 국가 대부분은 사적연금 시장을 키워 공백을 메웠다. 우리나라와 연금제도가 비슷한 스웨덴의 사례를 보자. 스웨덴은 지난 1913년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기초연금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국가다.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공적연금인 기초연금(AFP)과 소득비례연금(ATP)을 양대 축으로 운영해 왔다. 이들 제도는 1998년 연금 고갈 위기와 맞물려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도 보편적 복지 체계를 포기하고, 선별적 연금지원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연금개혁 이후에는 공적연금의 비중을 축소하고 개인연금의 역할을 확대해 연금제도의 주체를 ‘국가’에서 ‘개인’으로 전환했다.

현재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지지하는 ‘최저보증연금(GP)’, ‘소득연금(IP)’, ‘프리미엄 연금(PP)’, ‘자동조정장치’ 등 4가지 핵심축으로 운영된다. 주요 내용만 간략히 소개하자면 그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던 연금을 취약층에만 선별 지급하고, 정부가 개인별 소득 수준에 비례해 걷었던 연금도 따로 개인연금계좌에 적립하도록 했다.

또 연금보험료의 2.5%를 프리미엄연금 계좌에 적립해 정부가 운용하는 펀드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자유롭게 운용해 성과를 낼 수 있다. 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령화와 연금 재정을 연동해 연금을 자동으로 조정한 점도 눈에 띈다. 스웨덴은 수급자의 기대여명이 증가할 경우 연도별 연금급여를 감액하고 있다.

물론 스웨덴도 연금제도의 한계점이 명확하다. 애초 재정 안정화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연금의 지속가능성은 확보했지만, 소득대체율 하락으로 빈곤 노인층이 여전히 사회문제로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가에서 기금 고갈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보험료만 올리는 방식은 세대 간 갈등을 키울 뿐만 아니라 기금 수명을 연장하는 데만 그쳐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미래에도 인구가 늘어난다면 모르겠지만, 줄어들 게 명백한 상황에서 공적연금이 제 기능을 할지도 의구심이다. 공적연금의 실패 사례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입증된 지 오래다. 물론 사적연금 시장도 고쳐야 할 게 많다. 사적연금 시장이 커지는 추세긴 하나, 여전히 중도인출이 쉽고, 낮은 적립수준과 일시수령 비중이 높다는 점이 한계다.

그렇다 하더라도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보단 낫다. 이미 수명이 다한 국민연금의 기능을 확대하기보단 연금개혁의 한 축으로 사적연금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