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당시 국내 재계 5위였던 SK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삼성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최 회장은 2021년부터 주요 경제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을 중재하는 역할도 더하고 있다. 최 회장이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고,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다.
‘최 회장 10년 주기설’이라는 말이 있다. 10년마다 그가 뭔가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총수에 오르기 전인 1994년, 노 관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11개 은행에 20만 달러를 불법 예치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뒤 귀국과 동시에 외화 밀반출 혐의로 소환됐다.
2003년 2월에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채무를 줄여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그룹 지배권 확보 과정에서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을 맞교환해 95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고, SK그룹과 JP모건 간 SK증권 주식 이면계약 과정에 개입해 계열사에 111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동시에 소버린 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대량 매입해 경영권 탈취를 노렸고, 이를 막기 위한 최 회장 측과의 표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소버린 사태’로 알려진 이 사건은 대기업이라도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오너 일가가 한순간에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교훈을 일깨워준 것으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3년 최 회장은 또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룹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창업투자사에 출자하게 한 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보내 개인적인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법정구속됐고 최종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6개월 수감생활 후 2015년 8월 14일 박근혜 정권 당시 광복 70주년 특사로 사면 및 복권과 함께 출감했고 잔형을 면제받았다.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자는 최 회장의 10년 주기설 때마다 취재하고 기사를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다. 기자 본인의 생과 함께하고 있는 여러 취재원 가운데 한 명이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사건에 연루됐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니 특별히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최 회장이 17일 언급한 대로 본인의 개인적인 올바르지 못한 행동에서 비롯된, 재판부의 편향적이라는 의심이 드는 판결 결과로 인해 SK그룹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 협력사, 관계사 등 이해관계자 수백만 명의 명예와 긍지, 자부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벌써 세 번째다. 왜 개인적인 행동으로 인해 SK그룹 전체가 흔들려야 할까. 최대 리스크는 최 회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날 최 회장이 고개 숙여 사과한 시간에 SK서린빌딩 직원들의 동요는 없었다. 다행인 건지, 포기한 건지.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