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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독재자들에 맞서는 '서방의 루저들'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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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독재자들에 맞서는 '서방의 루저들'과 한국

바이든 등 서방 지도자 동시 정치생명 위기 맞아, 한국은 다층·복합 대응체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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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신냉전 기류가 국제사회를 뒤덮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의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회동은 신냉전의 확전을 예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부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푸틴24년 만의 북한 방문에서 미국과의 패권 싸움을 전면에 내세웠고, 김정은과 함께 반미·반서방 연대 구축에 나섰다. 푸틴은 지난달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지 한 달 만에 북한을 방문해 북·중·러 결속을 다졌다.

푸틴은 북한 방문을 마친 베트남 하노이를 찾았다. 베트남은 러시아와 중국 등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 가입에 큰 관심을 보인다. 태국·말레이시아·스리랑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브릭스 가입하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은 브릭스를 키워 G7 등 서방이 국제 질서를 주도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 한다.

지난 13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루저들의 모임’(미국 언론 악시오스), ‘레임덕 정상회의’(영국 더타임스), ‘죽은 자들의 행렬’(영국 가디언)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제외한 6개국 정상이 모두 선거 참패나 지지율 하락으로 정치생명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전에서 줄곧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다. 이달 초 유럽의회 선거 등으로 G7 유럽 지도자들도 한결같이 위기를 맞았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르네상스당이 극우 국민연합(RN)에 참패하면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의 처지는 더 참담하다. 총선을 2주가량 앞두고, 보수당이 14년 만에 정권을 노동당에 내주고 수낵 총리가 물러날 확실시된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집권 자유당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올가을 실각할 가능성이 크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강경 우파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져 ‘군계일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일하게 지지율 40%를 넘겼다. 그 뒤를 이어 바이든 37%, 트뤼도 캐나다 총리 30%, 숄츠 독일 총리 25%, 수낵 영국 총리 25%,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1%, 기시다 일본 총리 13% 등이다.

냉전의 한 축을 이끄는 김정은-시진핑-푸틴 등 독재자들이 연대를 강화하는 데 반해 서방의 지도자들은 정치생명이 위태롭다. 이러니 서방이 신냉전에 기민하게 대응할지 불확실하다.

여기에 독재자들의 철권통치 체제를 부러워하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 독재자는 트럼프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에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파열음이 커질 게 확실하다.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은 모두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과 ‘코리아 리스크’의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외교가 중요한 시대를 맞았다. 신냉전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다층·복합 대응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