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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뉴욕증시 IT 닷컴 버블의 교훈… 엔비디아 vs 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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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뉴욕증시 IT 닷컴 버블의 교훈… 엔비디아 vs 시스코

뉴욕증시 시가총액 순위 MS ① MS ② 애플 ③ 엔비디아… PCE물가지수 엔비디아 주주총회 마이크론 실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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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미국 뉴욕증시에 닷컴버블 붕괴의 교훈을 되새겨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빠지면서 2000년대 초반 시스코 폭락 사태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24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칩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이틀 연속으로 3%대의 큰 폭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보다 3.22% 내린 126.57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증시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1천130억달러로 줄어 마이크로소프트(3조3천420억달러)와 애플(3조1천810억달러)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엔비디아 경고의 소리를 냈다. WSJ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뉴욕증시의 공포지수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거품 붕괴 신호를 보냈다. 이 보도로 뉴욕증시는 물론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와 달러환율·국채금리·국제유가·금값 등에 한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WSJ는 미국의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시장의 '공포지수'가 이례적으로 낮은 상황이 지속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는 "거품은 진정 고요한 상황 속에서 터지기가 쉽다"며 "거품이 거대한 규모로 커질 수 있고, 바람이 세질 때 거품이 터진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기대와 함께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술주 등 그동안 성과를 지속해온 부문에 더욱 크게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의 지적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 돌풍을 1990년대 중반~2000년 초반에 진행된 미국 IT 버블 당시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스와 비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1995년 1월 주당 겨우 2달러에 불과했던 시스코 주가는 2000년 3월 27일 80달러까지 무려 4000% 폭등했다. 시스코 주가는 3월 28일부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2002년 10월에는 8달러까지 추락했다. 시스코의 몰락은 주변 IT기업들의 연쇄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뉴욕증시 역사상 최대 참사의 하나로 불리는 닷컴버블 붕괴는 시스코 주가의 이상 과열이 가져온 폭탄이었던 것이다.

뉴욕증시에서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면 작금의 AI 상승장이 닷컴버블 때와 유사한 측면이 적지 않다.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와 작금의 엔비디아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겹치는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이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기술주 주가는 금리에 민감하다. 기술주는 먼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시점으로 당겨와 기업가치를 추정한다. 할인율 배수가 커 금리에 따른 기업가치 변동성이 크다.

뉴욕증시 에서는 컴버블 직전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했다. 미국 연준 FOMC는 1995년 7월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해 25bp(1bp=0.01%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낮췄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가운데 경기 성장세가 둔화하자 선제적 대응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당시 금리인하는 침체가 현실화했을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하(Recession Cut)가 아니라 경기 연착륙 유도를 위한 선제적 금리인하라는 점에서 ‘보험성 금리인하(Insurance Cut)’에 가까웠다.
이는 그동안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제의 주름을 펴주겠다며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연일 밝히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닮았다. 보험성 금리인하 기대감이 상존하는 가운데 AI발 생산성 혁신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르익은 점 등은 닷컴버블 시대와 판박이이다. 지표상 기술적 침체 징후조차 목격되지 않음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여전한데다, AI 기술혁명으로 노동생산성 개선 초입에 들어섰단 진단이 제기되는 점 등이 유사하다는 평가다

이번 주(6월 24일~6월 28일) 뉴욕증시는 미국의 주요 물가 지표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흐름에 따라 방향성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후반에는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PCE 가격지수는 최근 뉴욕증시의 강세 흐름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5월 CPI 물가 지표가 연이어 예상치를 하회한 만큼 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이전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증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월 PCE 가격지수가 전월대비 보합 수준에 그치고, 전년동기대비 2.6%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월 수치인 0.3% 상승과 2.7% 상승보다 둔화한 수준이다. PCE 가격지수가 예상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나올 경우 주식시장은 강세 탄력을 이어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준 FOMC의 금리 인하를 앞당기거나 금리 인하 폭을 키워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지난주 한때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오르며 뉴욕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주식은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주식이 과매수권에 있으며 빠른 기간에 지나치게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연례 주주총회를 연다. 반도체주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도 예정됐다.

미국 물가 지표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엔비디아 주식도 지지력을 보일 경우 이 같은 주가 상승 탄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에버코어ISI 등은 연말 S&P500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 확정치도 발표된다. 소비자신뢰지수 발표도 예정됐다. 러셀 2000지수의 리밸런싱도 주목되는 변수이다.

인공지능(AI) 칩 제조회사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제치고 처음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썼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CNBC는 지난해 말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순위 조사에서 엔비디아가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최근 엔비디아와 시총 순위 정상을 다투고 있는 애플과 MS는 이 조사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아마존이 3위, 구글이 4위, 삼성전자가 5위였다.

CNBC는 엔비디아의 기업가치 상승 속도가 매우 가팔랐던 반면,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에 회사 설립 후 31년이나 지났음에도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이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컴퓨터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GPU가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 개발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기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고성능 컴퓨터를 찾는 게이머들에게 주로 알려진 회사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