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은 조직 구성원들이 회사의 지원이 없더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일터에서 BYOAI(Bring Your Own AI)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때문인지 66%의 리더들은 AI 기술이 없는 인력은 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직원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76%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인력 시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직무의 종말'(최준형 저)에서는 크게 4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소위 ‘사’자가 붙는 전문 자격증의 종말, 숙련의 종말, 직무 경계의 종말, 정규직의 종말이 그것들이다. 특히 최근에 세무 관련 업무를 대행해 주거나 의료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앱들이 나오고 있고, 법률 서비스를 도와주는 앱으로 인해 변호사협회와 갈등을 빚었던 사건은 이런 흐름에 대한 징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노동분업이라는 개념이 나온 이후로 직무는 기업이나 일터에서 일을 구분하는 지배적인 틀로 사용되어 왔다.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특정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에 대한 요건을 담은 직무 설명서(Job Description)를 토대로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해왔다. 하지만 직무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역량별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더 세분화된 스킬(skill) 단위로 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이 중에서 인공지능 관련 스킬을 보유한 인력과 그러지 못한 인력 사이에 격차가 발생할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는 팀이나 부서라는 칸막이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모습 대신 직원 개인이 가진 스킬을 기반으로 여러 팀이나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력 시장에서는 특정 직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대신 특정 스킬을 가진 계약직 인력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소위 ‘N잡러’나 ‘긱 워커(Gig worker)’라 불리는 인력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개인 차원에서는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기준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내가 잘하는 일들 중 일정 부분은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로 인해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일들 중에서 기술 발전으로 대체되지 않을 업무들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해온 직무에 집착하기보다 스킬 중심으로 커리어를 개척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특정 직무 단위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세부적인 특정 스킬을 보유한 인력을 필요한 시간만큼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대신 직원들이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의사결정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나 정보 등은 더 정교화될 것이고, 기술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과 인사이트 등 비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인간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영역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직무에 기반한 경력 개발 패러다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의 현명하고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때다.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