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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영국 총선 스타머(Starmer) 인물 프로필 vs 블레어 "제 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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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영국 총선 스타머(Starmer) 인물 프로필 vs 블레어 "제 3의 길"

영국 총선 노동당 압승 의미와 브렉시트

영국 신임 스타머 총리라 영부인 빅토리아 여사
영국 신임 스타머 총리라 영부인 빅토리아 여사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하면서 14년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새 충리는 키어 스타머(Starmer) 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극우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영국 총선에선 그 반대로 좌파가 압승을 거두면서 그 된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올들어 유럽의회 선거에선 기록적으로 많은 수의 극우인사가 당선됐다. 프랑스 조기총선 1차 투표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이 극우 국민연합(RN)에 크게 패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극우 주도로 연립정부가 출범하기도 했다. 인플레에 따른 경제난과 과도한 이민자 유입 등이 극우 돌풍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유럽의 극우 정치인들은 유럽연합(EU) 체제에 책임을 돌려왔다. 영국은 그 반대이다. 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까지 실시한 영국에선 오히려 중도 좌파가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압도적 다수 의석까지 차지했다. 일종의 이변이다.
뉴욕증시 메인 언론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당의 승리가 나리나 보수당의 참애라고 분석했다. "기록적 승리에도 영국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의 지지율은 많은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으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유거브(YouGov)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노동당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의 48%는 보수당을 쫓아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노동당 정책 때문에 표를 던진다는 유권자는 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본격 시행된 브렉시트로 경제성장이 둔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전세계적 물가상승 등 악재가 잇따랐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받는데 총리실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막무가내 감세로 금융시장을 붕괴 위기로 내모는 등 어이없는 스캔들도 터졌다.

WSJ은 중도좌파 성향의 신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국민들이 큰 변화를 느끼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노동당 지도부는 급진적 정책을 버리고 급격히 중도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차기 총리로 유력한 스타머 대표의 경우 '딱딱한 실용주의자'로 정부를 더 효율적이고 정직하게 운영하겠다는 것 외엔 큰 공약을 내놓지 않은 인물로 여겨진다고 WSJ은 강조했다.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이 보수 성향 유권자 표를 나눠 가진 것도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참패한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반(反)이민 공약을 앞세우며 총선에 임한 영국개혁당은 사상 처음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WSJ은 최소 수십개 지역구에서 보수표가 분산돼 보수당이 노동당에 패배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영국개혁당은 투표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보수당(20∼22%)에 불과 5%포인트 뒤지는 15∼17%의 지지율을 보였다. 렉시트로 과도한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던 보수당의 약속과 달리 동유럽 출신 이민자가 줄어든 대신 아프리카와 인도 출신의 이민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나면서 보수당 지지자 상당수가 환멸을 느낀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중도좌파가 과반의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보수당이 자멸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영국개혁당으로 대변되는 극우진영의 대두까지 고려하면 '불안한 승리' 인 셈이다. 영국 총선에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5일 취임 후 첫 연설에 나서고 내각을 구성하며 숨 가쁜 일정을 시작했다. 보수 집권당 심판론에 기댄 압도적 여론의 지지를 발판으로 국정의 키를 쥐게된 만큼 화를 바라는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며 집권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여기에 대외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오전 보수당 리시 수낵 전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직후에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으면서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취임 연설을 통해 "우리는 영국을 재건할 것"이라며 "변화의 작업은 즉각 시작된다"고 밝혔다.신임스타머 총리는 "영국에 더 큰 리셋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변화와 국가적 탈바꿈, 정치의 공공서비스로 복귀를 결연히 결정했다"며 "여러분이 자녀를 위해 더 나은 영국의 미래를 다시 믿을 때까지 정부는 매일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선거 기간 공약한 부의 창출과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 회복, 더 안전한 국경, 청정에너지 강화, 인프라 확충 등을 다시 열거하면서 영국을 재건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설 직후에는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 겸 균형발전·주택 장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 등 제1야당 시절 노동당에서 구성한 예비내각 인사를 대거 그대로 기용해 안정적이고 즉각적인 업무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영국 새 의회 공식 개원식과 국왕의 국정연설(킹스 스피치·King's Speech)은 오는 7월17일 진행된다.

영국 노동당의 정권 탈환으로 역사의 반복이 거론된다. 노동당의 1997년 압승을 이끈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키어 스타머 현 노동당 대표의 전략이 빼닮았다는 얘기다. 영국 노동당의 이번 승리는 블레어 전 총리가 진두지휘한 1997년 총선에서 1945년 이후 최다인 418석을 얻은 데 이은 역대급 결과로 주목된다.

노동당이 올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동력 가운데 하나로는 스타머 대표의 중도 확장 전략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스타머 대표는 2020년 당수에 선출된 뒤 우클릭을 통해 노동당의 강경좌파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주력했다. 블레어 전 총리도 1997년 총선을 앞두고 1979년 빼앗긴 정권을 되찾으려 공개적인 중도화 전략을 사용했다. 그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제3의 길'(The Third Way)을 통해 자유와 정부 개입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마거릿 대처 보수당 정권의 주도로 영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품으면서도 복지, 교육, 인프라 등에 대한 정부의 효과적 개입으로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블레어의 중도화 전략은 1997년에 이어 올해 노동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주효했다. 블레어 전 총리가 당시 사용한 선거전략은 '오염제거 정책'(decontamination policy)으로 불린다. 이는 과도한 정부 개입과 분배 정책 등 좌파 강경론에 거리를 두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만 제시하는 전략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신노동당'(New Labour)을 외치며 시장경제 원칙을 포용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친기업 제도를 받아들였다. 같은 방식으로 스타머 대표도 올해 총선에서 노동당의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데 진력했다. 정치 전문가인 존 캠프너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1997년 블레어에게서 직접 베낀 것"이라고 이 같은 전략을 평가했다.

스타머의 풀 네임은 키어 로드니 스타머(Keir Rodney Starm)이다. 1962년 출생이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서리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며 레이게이트 그래머스쿨 (후일 사립학교로 전환)을 다녔다. 1985년 리즈 대학교 법학 학사학위를, 1986년 옥스퍼드대 세인트 에드먼드홀에서 민법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변호사 자격취득 후 인권변호사로 일했으며 2002년 왕실 고문 (QC)로 임명되었다. 2008년 기소국장 및 왕실 검찰청장으로 임명되어 2013년까지 재직하였고, 그 공로로 2014년 신년 서훈 때 바스 훈장을 수여 받았다.

2015년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 지역구 후보로 나서 하원에 처음 입성했다. 그해 9월 출범한 제러미 코빈 대표 체제하의 예비내각에서 이민부 예비장관에 임명되었다. 제러미 코빈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치러진 2020년 영국 노동당 대표 선거에 후보로 나서 제19대 대표로 당선되었다. 당대표 선거에서 내세웠던 좌파 정책을 폐기하고 중도주의 정책을 내세웠다. 그는 노동당 의 5대 강령으로 경제성장, 보건의료, 청정에너지, 범죄, 교육을 설정하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