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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도봉산이 나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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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도봉산이 나를 불러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백승훈 시인
도봉구에 사는 행복 중의 하나는 문밖만 나서면 어디서나 기암산수화를 직접 눈으로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잇닿아 있어 고개만 돌리면 북한산과 도봉산의 암봉들이 최고의 산수화를 펼쳐 보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한산을 다녀온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다시 도봉산을 올랐다. 이른 새벽, 자전거를 타고 창포원으로 꽃구경을 갔다가 바라본 도봉산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한 도봉산은 서울 북쪽 도봉구와 경기도 양주 경계에 있는 산이다.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비롯해 만장봉, 선인봉, 주봉, 오봉, 우이암 등의 암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산이다. 시인 박두진은 시 '도봉'에서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오지 않는다”고 노래했지만 다양한 등산 코스에다 교통이 워낙 편리해 인기 있는 하루 산행지로 정평이 나 있다.

창포원에서 바라본, 간밤 비에 씻긴 암봉들의 수려한 자태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그냥 바라볼 수만 없었다고나 할까. 도봉산 입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천축사를 지나 마당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를 택해 산을 올랐다. 쉬엄쉬엄 올라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간밤 비에 생겨난 크고 작은 폭포들이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며 산을 오르느라 지친 발걸음을 쉬어 가게 만든다. 천축사를 지나 마당바위에서 한숨 고르며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의 모습이 평온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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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봉을 오르는 길목 바위틈에 자주꿩의다리·돌양지꽃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 있다. 꽃잎 없이 흰빛 도는 자주색 꽃이 피는 자주꿩의다리는 북한산·도봉산 등 서울 근교의 산에서 만날 수 있다. 자주색 꽃을 피우는 금꿩의다리는 중부 이북, 은꿩의다리는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이렇게 셋은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자주꿩의다리는 그늘진 산지 숲속이나 계곡 주변에 흩어져 자란다. 전체적으로 털이 없고, 잎은 어긋나며, 뒷면은 분백색을 띤다. 산방꽃차례를 보이고 흰빛 도는 자주색으로 보이는 건 수술이 된다.

양지꽃은 종류가 많지만, 지금 높은 산에서 만나는 꽃은 거의 돌양지꽃이다. 양지꽃은 고도 낮은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3월 이른 봄부터 만날 수 있는데 돌양지꽃은 산지 능선부의 햇빛이 잘 드는 바위틈에서 6월 초여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다. 돌양지꽃은 높이 20㎝ 정도로 키가 작다. 전체적으로 누운 털이 많고 뿌리줄기는 굵고 목질화되어 있다. 잎은 양지꽃과 비슷하지만, 잎 모양이 삼각꼴로 다르다. 꽃은 줄기 끝과 그 근처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취산꽃차례에 노란색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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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북한산을 올랐을 땐 러브버그 떼가 극성이어서 고생 아닌 고생을 했는데 도봉산에선 신기할 정도로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깨끗한 신선대에서 서울 시내를 조망하고 포대능선을 타고 Y(와이)계곡을 거쳐 포대능선을 타고 하산했다. 와이계곡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급경사의 험난한 코스로 아찔한 능선을 양손 양발을 총동원해야 한다. 암릉 구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 매력 있는 곳이지만 초보자에겐 고민이 많은 구간, 하지만 초보자를 위한 우회로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날마다 바라보는 도봉산이라도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산에 오르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걷는 때에 따라 피어나는 꽃의 종류가 다르고, 계곡의 수량과 물소리도 음계를 달리한다. 등산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고정된 시각이나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생각과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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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