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사설] 상속세 개편, 야당 설득에 달렸다

우리나라 세금은 25종이다. 부동산 가격이나 기업의 실적 등 매년 달라지는 경제 상황에 따라 세제도 바꿀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인세나 종합부동산세·상속세에 대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년 불거지는 이유다. 종부세의 경우 윤석열 정부 공약이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민 세금이 된 만큼 개선해야 하지만 올 세법개정안에는 빠져 있다.
법인세 인하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유예한 게 올해 세법개정안의 특징이다. 거대 야당의 문턱을 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핵심은 25년 만의 상속세 개편이다. 사실상 중산층 세금으로 변화한 점을 고려해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일본(55%)에 이어 둘째로 높다. OECD 평균은 15%다. 최고세율 40%는 미국이나 영국 수준이다. 자녀 1인당 5000만원까지 과표에서 빼주던 인적공제 금액을 5억원으로 늘렸다.

특히 대기업 최대주주에 최고세율 60%를 적용하는 할증제를 폐지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가업 상속 기업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한정하던 것을 기회발전 특구 내에 창업하거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기회발전 특구로 이전한 기업으로 적용대상을 넓혔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올리거나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대한 공제 한도도 2배로 늘렸다.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촉진 세제도 신설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6627억원 규모다. 최근 국세 수입을 보면 법인세는 5월 기준 2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3000억원 적은 상태다.

법인세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세수를 늘리려면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의 호실적으로 임금을 올리고 이게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와 세수의 선순환을 이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