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환불 대란이 불거진 3일째, 돈을 돌려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몰려간 곳은 온라인 문의 게시판이 아닌 본사 건물이었다. 첫 환불 접수도 인터넷이 아닌 현장에서 고객의 정보를 수기로 받아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시대에 황당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한 기업의 대처 방식이다.
기자도 ‘티메프’ 피해자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여행사 A에서 판매하는 외항사 B의 인천~캐나다 토론토 편도 항공편을 구매했었다. 통상 장거리 비행은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했던데다, B사의 ‘악명’도 익히 들었지만 ‘별일 있겠어?’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
출국 3개월 전에 예매했던 항공편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1개월여 전 메일로 통보받았다. 별다른 사유도 없었고, 환불 방법도 따로 안내받지 못했다. A사와 B사 측에 수차례 연락해 봤지만 닿지 않았다. 기자는 결국 본사로 찾아갔다.
먼저 방문한 B사에서는 ‘환불 관련해 우리가 해줄 건 없으니 A사로 가보시라’는 답변을 들었다. 화를 꾹 참고 발걸음한 A사에서는 ‘미국의 본사 직원과 연락해봐라. 다만 시차가 있어서 언제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들었다. 기자도 똑같이 응했다. ‘그러면 본사 직원과 연결될 때까지 여기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이다.
결국 당일 환불을 받아냈다. 전산이 아닌 직원이 직접 처리해 줬으니 환불 방식도 '티메프'의 양상과 비슷했던 셈이다. 당시 직원 한 명이 기자에게 ‘정말 기다릴 줄은 몰랐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재무제표까지 나오는 굴지의 기업들이 ‘환불’ ‘환급’ ‘대금 지급’ 상황에선 돌연 구멍가게가 돼버린다. 이제는 정말 외양간을 고쳐야 할 때다. 아직도 눈 가리고 아웅 중인 기업들은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기 전에 하루빨리 조처해 소도 지키고 번듯한 외양간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