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화재에 취약하다. 지난 6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와 최근의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 이전에도 리튬배터리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배터리 화재에서 발생하는 열(熱)폭주 현상은 공포의 대상이다. 화재를 진압할 소화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진압할 수 없으니 연쇄적인 화재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앞으로 전기차와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생산보다 안전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지멘스의 전기차 화재 안전백서나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보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진화 방법은 냉각이다.
스프링클러를 통한 물 분사로는 어렵고, 고압 워터스프레이를 사용해야 한다. 물 사용량을 최고 100분의 1로 줄이면서 초기에 열폭주를 진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도 냉각 소화를 권고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구역과 소화기를 5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접근 소화를 할 수 있다.
12일 열린 환경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와 소방청의 대책회의는 '사후 약방문' 격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가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육성 중이지만 제조업체의 안전 지도에는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제는 일련의 화재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후속 조치를 내놓는 일이다. 국민이 배터리 사용을 멀리하고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까지 막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도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김종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85kimj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