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전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미국 경제의 진로가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을 때는 트럼프가 제기한 ‘경제 실패론’과 ‘정권 심판론’이 먹혔다. 특히 바이든 재임 3년 반 사이에 누적 물가 상승률이 19%에 달한 ‘바이든플레이션’이 최대 악재였다.
최근 들어 미국 경제 흐름도 해리스에게 나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9%로 3년 4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해리스는 때맞춰 기업의 바가지요금 (price gouging) 때려잡기를 핵심 경제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리스에 우호적인 워싱턴 포스트(WP)도 ‘해리스 판 포퓰리즘 경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과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시장 가격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면 기업이 공급을 줄이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 싱크 탱크인 맨해튼연구소는 미국이 지난 1970년대에 관치 경제를 시도했다가 참담하게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의 경제 정책과 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는 9, 10월의 경제 진로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이때 미국 경제가 연착륙 코스로 가면 해리스에게 승산이 있다. 이와 반대로 실업률이 급증하는 경착륙 조짐이 나타나면 트럼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선다.
이 과정에서 최대 변수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 정책이다. 연준이 11월 5일 선거일 이전에 마지막으로 9월 17, 18일(현지시간)에 개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폭을 통상적인 0.25% 포인트로 할지, 아니면 0.5% 포인트로 올릴지에 따라 경제 진로와 유권자들의 경제 인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연준은 8월 물가와 고용 지표를 정밀 분석한 뒤 9월에 금리 인하 폭을 확정할 계획이다. 물가는 대체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동 시장도 둔화하고 있지만, 그 속도와 폭은 아직 알 수 없다. 7월에 4.3%까지 올라간 실업률이 8, 9월에 큰 폭으로 오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 사태 속에서도 7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미국 경제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버텨주면 연착륙할 수 있고, 해리스의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들어온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