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바라는 여론에 힘입어 의대생과 전공의가 지칠 때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의대생과 전공의도 정부와의 기싸움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의료시스템 개혁은 1980년 무의촌에 보건진료원과 공중보건의를 배치한 정책과 200년 의약분업을 끝으로 진전이 없다.
특히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한 이후에는 보험수가를 조정하는 게 정책의 전부일 정도다.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백년대계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셈이다.
환자와 의사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주치의 제도도 30년째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료전달체계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무력화된 지 오래다. 결과는 진료의뢰서 한 장 들고 전국 병의원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 시대의 개막이다.
서울의 대형병원만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게 바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으려는 의과대학 졸업생이 전체의 95%에 이를 정도다. 의료 서비스를 쇼핑하듯 즐기도록 허용한 의료정책 부재 탓이다.
우리나라 의료인 양성체계를 보면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의사 면허를 받는다.
의사 면허가 있으면 수련의나 전공의를 거치지 않고도 일반의로 독립 진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사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이른바 전문의 중심의 치료 서비스와 경제적 이득이 큰 임상과 중심과 실손보험과 연계한 의료행위에 의존하는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임상 수련과 연계한 진료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닥친 상태다. 의료전달체계 복원을 위한 대타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