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대선 캠프는 나흘 동안 열리는 전당대회에 올인한다. 이는 ‘전당대회 효과(convention effect)’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대선전의 역사를 보면 전당대회 직후에 후보자의 지지율이 오르는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 상승폭과 지속 기간이다. 이 폭을 최대한으로 올리고, 이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려는 게임이 전당대회다.
올여름에 민주·공화당 측의 그 수많은 저명인사가 각축을 벌였지만, 기자가 보기에 이들은 모두 청중석에 앉아있던 한 명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에게 압도당했다. 전당대회 각본에 없던 이 주인공은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아들 거스(Gus)다. 올해 17세인 거스는 월즈가 21일 연단에서 “호프(딸), 거스 그리고 그웬(아내), 당신들은 내 세상의 전부다. 사랑한다”라고 말하자 청중석에서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쏟으며 벌떡 일어나 주먹을 흔들고, 손으로 아버지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제 아빠예요”라고 외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리 아빠를 외친 거스가 전당대회장의 청중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월즈 연설의 백미를 장식했다”고 평가했다. WP는 “감정이 폭발한 거스의 리액션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널리 퍼져 나갔다”고 전했다.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케이트 베딩필드는 “월즈가 100% 완벽했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으며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터치다운에 성공했지만, 어쨌든 거스가 더 잘했다”고 말했다.
거스의 리액션을 담은 비디오 클립과 함께 게재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몇 시간 만에 3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결같이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한 독자는 “지난 5분 사이에 이 영상을 50번 다시 보기를 했고, 50번 울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독자는 “거스야. 내 심장이 녹아내렸다”고 했고, 어떤 이는 “트럼프가 이제 곧 거스도 조롱할 것 같다”고 했다. 월즈 부부가 말한 대로 거스는 ‘비밀스러운 힘’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제 선거가 70여 일 남았다. 해리스는 불과 1개월 전에 대선후보가 됐고, 월즈는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다. 두 사람이 11월 5일 전까지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할 것이며, 미국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를 유권자들 마음속에 각인시켜야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다시 한번 거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