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금융당국이 빚내서 집 사라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인식했다.
이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 달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2021년 '영끌' 시기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 문제로 은행을 질타하면서 책임 논란도 터져나왔다. 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맞춰 2개월간 대출금리를 20여 차례 올렸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은행권은 다시 대출을 옥죄고 있다. 오락가락 행보에 실수요자 피해가 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쏠린다는 것이다. 박스피가 장기화되고 주주환원이 미미해 증시보다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이다. 국내 증시를 활성화할 금융투자소득세와 밸류업 프로그램 진척이 보이지 않자 주식 큰손들이 부동산으로 자금을 돌렸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처럼 미장으로도 머니 무브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민 대다수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 자금으로 기업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으로 선순환을 이끈다. 미국인들은 증시가 우상향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연금자산의 8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며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이유다.
결국 한국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부동산에 가계 자산 80%가 묶여 있다. 부동산 비중이 30~40%인 선진국보다 2배 이상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로 큰돈을 벌었기에 아파트값이 아무리 올라도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번에도 가계의 영끌 심리가 컸는데 금융당국은 DSR 정책 실기로 가계대출 급증을 막지 못했다.
이는 제도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정책뿐 아니라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 정책, 기재부의 세법 개정 등 개선이 필요하다. 단편적으로 가계부채만 손대는게 아니라 경제관련 부처 전체적인 정책적 조율과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거대야당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가 일관되고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갖고 부채, 부동산, 세법, 증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명분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지지율도 상승할 것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