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닛케이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16일 발표한 ‘엔화 보유 동향’에서 헤지펀드 등 비상업 부문(투기 세력)이 엔화를 2만3104계약(약 2800억 엔)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늘어난 이유는 미국 경기 사이클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예정해 미·일 금리차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확장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망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인하를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일본은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 미·일 금리차가 더 좁혀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글로벌 엔화대출은 총 41조1000억 엔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전후로 7분기 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 총잔액의 26%까지 상환됐던 전례가 있었던 걸 감안해 최대 26%의 엔 캐리 청산이 이뤄진다고 가정했을 때 10조7000억 엔(약 733억 달러)을 넘나드는 엔 캐리 청산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엔 캐리 투기금의 규모가 더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대대적인 엔 캐리 청산이 이어질 경우 아시아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이달 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충격으로 아시아 주요국들이 큰 타격을 입으며 ‘블랙 먼데이’가 찾아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로 인해 지난 5일 한국거래소는 20분간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도 했다.
만약 미국이 금리인하를 실제로 결정하고 일본은행이 이어서 현재 기준금리인 0.25%를 인상할 경우 추가적인 엔 캐리 청산은 더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법인세 납부, 유대교 신년·속죄일 휴일, 글로벌 헤지펀드의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 일본 난카이 해곡(海谷) 대지진과 태풍 등 대형 재난, 중동 내전 격화와 미국 대통령 후보 간 토론회 등이 9월에 몰려있어 어떤 추가적인 변수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더 큰 금액의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한다면 또다시 블랙 먼데이급 주식시장 ‘재난’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단기 트레이딩, 추석 전 리스크 관리’만 되뇌고 있다. 아무리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정세에 취약한 우리나라 증시라지만, 예정된 ‘재난’에도 흔한 대책 하나 없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탓할 것인가.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