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불공정 합병이 시초 격이다. 이른바 기업가치를 조작해 대주주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사례다.
두산그룹도 지난달 사업구조 개편을 선언한 상태다.
지주회사인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30%와 두산로보틱스 지분 68%를 보유 중이다.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인수는 지주회사의 수익성 높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같은 의미다.
SK그룹은 배터리 업체인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현금흐름이 좋은 비상장사 SK E&S 간 합병을 주총에서 승인 했다.
지주회사인 ㈜SK는 SK온 지분 36%와 SK E&S 지분 90%를 가지고 있다. 지주회사는 비상장사인 SK E&S의 가치를 높일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다.
상장회사는 주가로 기업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을 활용해서 지배주주의 이익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사업구조 개편은 문어발식 확장에 익숙한 한국 대기업의 관행이다. 심지어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쪼개어 증시에 상장하기도 한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 분야만 떼어내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 등 미국 기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위다.
투자자들이 대기업의 불공정 합병에 극도로 민감한 이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밸류업 정책을 위해서라도 금융감독원이나 국민연금 등 당국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게 한국의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