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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국의 '뉴라이트'와 미국의 '리얼 아메리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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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국의 '뉴라이트'와 미국의 '리얼 아메리칸' 논쟁

정통성과 정체성은 핵심 정치 쟁점, 해리스와 트럼프도 이 문제로 문화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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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가 뉴라이트 계열 편중 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통령실은 일본과 국력이 대등해진 마당에 해묵은 과거 역사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맞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 원칙을 설명하면서 “뉴라이트냐 뭐냐, 그런 거 안 따진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 논란은 한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이슈로 정치권이 외면하기 어렵다. 이것은 팩트와 가치의 충돌을 뛰어넘어 국가와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본질(substance)에 닿아 있다.

한국보다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정통성과 정체성 이슈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핵심 정치 쟁점이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로 이 문제를 놓고 싸우고 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극과 극’ 후보다. 해리스는 인도계 모친과 자메이카계 부친 사이에서 태어난 아시아계 흑인 여성으로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검사로서 경력을 쌓아온 진보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미국 동부 뉴욕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백인 남성으로 강성 우파다. 두 사람은 지금 미국이 가야 할 길을 놓고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선을 치르고 있다.

해리스는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로 ‘백인 중심의 과거’로 회귀하지 않도록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민주당과 이민자가 미국을 망쳐 놓았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오리지널 미국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맞선다. 양측의 이런 문화 전쟁은 ‘리얼 아메리칸(real American)’이 누구냐는 미국의 정통성과 미국인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이번 대선 후보를 선출한 지난 7월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와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 해리스와 트럼프가 그리는 미국의 모습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장은 다양한 이민자 출신과 소수 인종이 참가한 인종 전시장이었다. 공화당 대회장에서는 마치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처럼 소수 인종 참가자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해리스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메이카에서 온 아버지와 인도에서 온 어머니가 미국에서 만나 자신과 여동생을 낳은 가족사를 소상히 설명했다. 그렇게 태어난 자신이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과 상원 의원을 거쳐 부통령이 되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 자신이 미국은 어떤 나라이며 미국인의 정체성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라는 얘기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DEI 대선 후보’라고 깎아내린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는 인종, 성별, 성적 취향, 장애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리스는 DEI를 비(非)백인의 계층 이동 사다리로 본다. 트럼프는 이것이 백인 남성의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해리스는 미국이 이민자에게 열려 있는 기회의 땅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트럼프는 지난 250여 년 동안 미국을 굳건히 지켜온 정통 미국인이 이민자들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뉴라이트 논란이나 미국의 리얼 아메리칸 논쟁은 단순히 정당 간 프레임 전쟁이 아니다. 정치란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정통성과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