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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혜자 없는 ‘적격비용’ 차라리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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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혜자 없는 ‘적격비용’ 차라리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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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잔액이 4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재차 경신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무려 6207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대출만큼 카드사들도 제법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전업카드사의 순이익(IFRS 기준)은 1조4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억원(5.8%) 증가했다. 카드대출 수익이 1942억원 늘면서 실적 개선에 가장 많이 기여했고, 할부카드수수료 수익과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각각 1711억원, 131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부진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한때 전체 실적에서 30% 이상 차지했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현재 20%대도 위태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금융위원회의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라 계속 수수료 수입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가맹점수수료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입원인데, 소비자들의 할인 혜택과도 직결돼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낮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낮춰왔다. 카드사들은 카드 혜택의 재원이 되는 수수료 수입이 줄어드니 무이자 할부 축소나 전월실적 상향, 연회비 상승, 비용 부담이 큰 카드들을 단종하는 방향으로 수익 악화를 만회해왔다. 카드결제에서 발생하는 수익원이 이전 같지 않은 만큼 카드론 등 대출 영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사실 카드사들이 본업에서 수익을 못 내면 소비자 혜택도 그만큼 줄기 때문에 손해다.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대부분 서비스는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과거에는 가맹점에서 비용을 부담했기 때문에 ‘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상품도 많았다. 현재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카드사에서 매년 단종하는 카드가 많아지는 추세기 때문에 장기간 사랑받는 카드를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금융위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 선정 결과’를 보면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5.8%에 해당하는 304만6000개 영세·중소 가맹점과 함께 결제대행업체 하위가맹점(178만6000개) 및 택시사업자(16만6000개)에 우대 수수료율을 받는다. 금융위 얘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결과다.

시장에서 ‘보호 의식’이 강해지면 전반적으로 다 같이 손해를 봐왔다. 특히 가맹점수수료가 그렇다. 10년 넘게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이득을 본 주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영업자는 여전히 어렵고, 소비자 혜택은 줄었으며, 카드사들은 이자 장사라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맹점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가 제 역할을 하는지 금융당국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