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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쌀 풍년과 따로 노는 식량자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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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쌀 풍년과 따로 노는 식량자급률

지난달 20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에서 전국농민회총연명 전북도연맹 등은 정부는 쌀값 폭락을 막아야 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0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에서 전국농민회총연명 전북도연맹 등은 "정부는 쌀값 폭락을 막아야 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이다. 통계청이 조사를 시작한 1962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올해 쌀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더 줄 것이란 게 대형 유통매장의 추산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1991년 116.3㎏에서 2022년 56.7㎏으로 30년 사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생산은 정반대다. 올해도 아열대성 고온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예년에 보기 드문 풍년이기 때문이다.

생산 과잉은 쌀값 폭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80㎏당 21만7552원이었던 산지 쌀값이 17만7740원까지 떨어지자 논을 갈아엎는 농민이 등장했을 정도다.
정부도 매년 쌀 수매를 늘리고 있으나 가격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공공 비축용으로 매입한 쌀만 40만 톤이다. 이후 11월과 올해 세 차례에 걸쳐 20만 톤을 추가 수매한 상태다.

매입한 쌀은 헐값에 되팔 수밖에 없다. 정부가 특별 처분으로 시중에 내놓은 쌀만 14만 톤 규모다.

쌀은 남아돌지만 식량자급률은 4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밀의 경우 국내 연간 소비량은 250만 톤이지만 생산은 10만 톤에 불과하다. 소비량의 96%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밥보다 빵을 선호하는 식생활 패턴과도 동떨어진 수급 정책이다.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올리려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벅차다. 콩·보리 등 다른 곡물도 마찬가지다.

남아도는 쌀 대신 다른 곡물의 생산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쌀을 매입해주면 생산을 줄일 수 없다.

매년 반복되는 쌀값 파동 등 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힘들다. 신품종 쌀 가격이 너무 치솟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일본과도 상황이 다르다. 쌀 생산 위주의 농업 구조를 바꿔야 농업의 자생력이 생긴다.

전 세계적인 곡물 수급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